‘웰빙씨앗’ 등에 업고 호떡집 진짜 ‘불났다’
▲ 부산진구 부전동의 노점 ‘별난씨호떡’ 앞에 젊은 손님들이 줄을 섰다. | ||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한 백화점. 쇼핑하는 사람들과 백화점 주변의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종이컵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컵 속에 담긴 것은 음료수가 아니라 호떡이다. 그것도 온갖 종류의 씨가 가득히 박힌 호떡이다. 이 별난 먹거리의 출처는 바로 강우석씨(27)가 운영하는 ‘별난씨호떡’이다. 건장한 청년 넷이 의기투합해 만드는 호떡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줄서게 만든다. 강씨를 만나 노점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통령이 와도 뒷사람을 위해서 1인당 6개만 판매합니다’
판매 제한 현수막을 내건 ‘별난씨호떡’은 그야말로 유별난 호떡집이다. 네 명의 훤칠한 청년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호떡을 굽는 데다 판매 개수까지 1인당 최대 6개로 제한하고 있다. 호떡을 6개 이상 사려는 손님은 뒤로 돌아가 줄을 다시 서는 모습이다. 이러한 광경은 ‘호떡 맛이 얼마나 대단하기에?’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의문은 새로운 고객을 줄 세운다. 이 노점에서 팔리는 호떡은 하루 평균 1천5백~2천개. 호떡 하나의 가격이 5백원이니 일 평균 70만~1백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셈이다. 물론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호떡집을 열기 전에 강씨는 형 동석씨(29)와 함께 포장마차도 해봤고 빙수도 팔아봤다. 하지만 매번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고민 끝에 형제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호떡을 선택했다. 고객의 폭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더라도 손님이 모르고 찾아오지 않으면 망하죠. 무엇보다 고객의 시선을 끄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형 동석씨의 친구 우승환씨(29)를 사업에 참여시켜 맛개발과 동시에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노점 음식은 유해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땅콩과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추가했다. 호떡에 일종의 토핑을 얹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 호떡은 고객이 먹기 쉽도록 종이컵에 담아주고 서비스로 따뜻한 녹차도 준비했다. 노점의 지저분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 사람 모두 유니폼을 맞춰 입고 머리에는 두건을 둘렀다. 호떡 마차도 깔끔하게 꾸몄다. 미니홈피(www.cyworld.com/hodduck2004)를 개설해 젊은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도 펼쳤다.
“처음에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젊은 사람들 고생한다며 사가는 게 고작이었어요. 첫 달 매출이 7만원이었죠. 한 달 정도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매출이 점점 오르더라고요.”
호떡에 고소한 씨앗을 올려주는 곳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 매출이 2백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1인당 판매 개수를 제한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더 많은 손님을 불러왔다. 판매량이 늘고 체인점 문의가 이어지자 형과 친구 우씨는 공장을 마련해 재료 공급과 체인점 사업을 맡았고 강씨는 호떡집에 남았다.
“반죽에는 밀가루 외에 찹쌀, 피자소스 등 10가지 재료가 더 들어갑니다. 설탕도 4가지 종류를 사용하죠. 깔끔한 맛을 위해 계피도 추가하고요. 씨앗 배합에도 저희만의 황금 비율이 있습니다. 땅콩, 아몬드, 건포도, 해바라기씨, 잣 등 5~6가지의 견과류를 종류에 따라 적절한 양을 배합해야만 제대로 된 맛이 나옵니다.”
서면점에서 사용하는 반죽의 양은 평일에는 70kg, 주말에는 그 두 배인 140kg이다. 전국 30군데의 가맹점에도 같은 재료를 매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의 일도 쉴 틈이 없다.
현재는 호떡집 운영에 네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강씨의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두 개의 불판에서 호떡을 굽고 한 사람은 구워진 호떡에 견과류를 듬뿍 바르는 역할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포장과 계산을 담당한다. 네 사람은 호떡집 운영의 필수 인원이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 한 사람이 더 투입된다.
호떡은 굽는다기보다 기름에 튀겨내는 수준이다. 다른 곳보다 20℃ 정도 높은 1백70℃의 고온에서 2분 정도 익힌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익혀야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빵처럼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빨리 식지 않는 장점도 있다. 그들은 호떡을 먹는 방법도 변화시켰다. 씨앗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걸으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종이컵에 담아줬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지금은 주변의 다른 노점상들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강씨는 “노점은 초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지만 날씨와 계절의 영향이 큰 편”이라며 “사계절 고객을 꾸준히 끌어들이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조언했다. 별난씨호떡의 창업비용은 2백50만원. 월 매출은 3천만원 내외. 마진은 50%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