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셋째 모터바이크 주간 이슈
[일요신문] 커스텀 바이크 신scene에서 주목받는 빌더 중 하나이자 커스텀 컬처 기반의 브랜드인 엘 솔리타리오El Solitalio를 만났습니다. 간략하고도 형식 없는 인터뷰 자리였는데요 말 그대로 내용도 진행도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를 만나 이야기기 하듯 자연스럽고 허물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커스텀 드레그 머신 BIG BAD WOLF. 야마하 XJR1300을 베이스로 한다.
커스텀 바이크는 말 그대로 바이크를 커스터마이징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베이스 모델을 가지고 어떻게 바이크를 꾸미느냐에 따라 다양한 세부 장르들이 나뉩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노출된 장면은 아마도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핸들바를 높게 올려 우스꽝스럽게 팔을 들고 있는 모습 일 것입니다.
1975년식 두카티 350을 베이스로 일본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커스텀 바이크 모노노케.
이런 장르는 차퍼chopper라고 하는데,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커스텀 바이크 장르에서 유래합니다. 프레임과 부품을 잘라내 앞바퀴를 길게 빼고 핸들바를 길게 올린 극단적인 형태의 커스텀입니다. 이런 행위들과 차퍼 라이더들의 와일드한 모습들이 하나의 상징처럼 되었던 것이 멋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1969년 할리우드 영화인 ‘이지라이더’ 속 한 장면이 딱 그런 것이죠.
엘 솔리타리오가 오프로드 바이크를 기반으로 제작한 커스텀 플랫트래커 PULUTO. 장르를 넘어선 느낌이 인상적이다.
차퍼 장르 이외에도 60년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카페레이서 장르도 있고, 짧은 직선을 누가 더 빨리 주파하는가를 겨뤘던 드래그 레이스에서 시작된 커스텀도 있습니다. 완성차 브랜드가 제시하지 못하는 다양한 장르와 카테고리로 팬들을 흥미롭게 하는 것도 커스텀 문화의 한 축으로 이해해 봄 즉합니다.
엘 솔리타리오의 상징인 늑대 로고가 연출된 라이트 박스
엘 솔리타리오
스페인의 커스텀 빌더 엘 솔리타리오의 커스텀 바이크들은 특정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되레 한 장르에 국한되기를 거부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온전히 비주류를 선택합니다. 익숙지 않은 모습과 극단적인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엘 솔리타리오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데이비드David Borra
엘 솔리타리오는 그들 스스로를 외로운 늑대라고 표현합니다. 엘 솔리타리오란 뜻 자체도 외로움, 고독 이란 뜻이기도 하고요. 바로 이 지점에 엘 솔리타리오가 사고하는 인간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고요. 외로움의 이미지, 고독의 느낌, 어두움의 분위기 등이 하나의 예일 수 있습니다.
엘 솔리타리오 라이딩 기어와 어패럴이 보인다. 장식장 선반 위의 헬멧 고글 그리고 가죽 재킷. 그 앞의 부츠 까지.
최근 커스텀 빌드 신에서 소위 잘 나간다 하는 빌더들은 대부분 브랜드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스텀 바이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그것 자체를 이미지화하고 상품화하는 단계, 소위 ‘유명 브랜드’가 되기 위한 작업들을 하고 있죠. 커스텀 파트를 패키지화해서 DIY하듯 완성품을 만들 수 있는 패키지를 파는 브랜드도 있고, 일반 의류 브랜드처럼 라이딩 기어와 옷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엘 솔리타리오 총괄 실무를 맡고 있는 후안 C. 피코
반면, 엘 솔리타리오는 이 시장에서도 상품화보다는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러 있고자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야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작업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기에 세상을 향해 가운데 중지 손가락을 올려 조롱을 보내기도, W.T.F.이라고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현장에서 바이크에 메시지를 적고 있는 데이비드
다음 신제품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까 휴대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위스키입니다. 향이 깊고 목 넘김이 좋다며 웃어 보입니다. 강한 충격입니다. SS시즌 신상품으로 위스키를 선택하다니 역시, 예측을 넘어섭니다. 앞으로도 더 멋진 커스텀 바이크, 더욱 마이너 한 취향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로써 늑대 패거리가 되었다는 의미라도 되는 듯 하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