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골라 먹는 재미’ 를 줘라
▲ 유진재 씨가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손님들을 맞고 있는 유 씨. | ||
유 씨가 운영하는 제과점은 그야말로 평범한 동네 빵집. 하지만 규모만 보고 우습게 여기면 큰 코 다친다. 파는 빵과 과자의 종류는 80여 가지에 달하며 맛은 유명 제과점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매출의 80% 이상이 단골손님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충성도가 매우 높다. 한번 맛을 본 고객은 그대로 고정 고객이 되는 셈.
그의 매장에서는 1000원 이하의 빵은 팔지 않는다. 최상급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1000원 이하로 값을 내렸다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작은 규모잖아요. 저렴한 값을 예상하고 매장으로 들어왔는데 가격을 물어 보고서 십중팔구는 ‘안 싸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며칠 뒤 다시 찾아오시더군요.”
그는 17년 전 제과업에 입문해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했다. 8년 만에 최고 책임자가 됐고 200만~300만 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니 기술에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요.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제과점에 들어가 다시 일을 배웠습니다.”
그는 75만 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5년 동안 빵, 쿠키, 초콜릿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장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일을 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프라자 아파트 입구에 자신의 가게를 차린 것은 지난 2001년. 후배가 운영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제과점을 인수했다. 그리고 가게 입지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주택가임을 감안,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이용한 다양한 빵과 과자를 만들어냈다.
“빵 하나를 만드는 데 레시피의 종류는 열 가지 이상입니다. 예를 들어 모양이 같은 슈크림 빵이라도 열 가지의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고객의 취향과 수준에 맞는 레시피를 골라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면서 그는 망해가던 가게를 다시 살려냈다.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간 고객이 다시 찾아와 구매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는 4~5개의 대형 레스토랑에도 바게트와 모닝빵 등을 공급하고 있다. 바게트는 밀가루, 물, 소금 등 최소의 재료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제빵사들이 가장 어려운 제품으로 손꼽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장 자신 있는 제품이다. 호두 바게트, 치즈 바게트 등은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반응이 좋다.
일반적으로 제과점 매출은 여름에 하향곡선을 그리기 마련이지만 유 씨의 가게는 예외다. 계절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 더운 여름에는 깔끔한 맛의 페이스트리나 파이,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 빵이 꾸준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나 어린이날, 스승의 날, 크리스마스 등의 시즌에는 케이크와 초콜릿 판매량이 높다.
최근 그는 대형 빵 제조업체와 손을 잡고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공항과 골프장에 공급하는 핫도그, 샌드위치, 브라우니 등의 제품에 자신의 제과제빵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것.
그는 제과점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무턱대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창업비용]
대형 오븐, 발효기 등 포함 8000만 원(점포비용 포함)
월 평균 매출은 1500만 원.
마진율 30%.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