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톤파크, 메니피의 ‘6년 아성’ 깼다
11월 4일에 펼쳐진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엑톤파크의 대표 자마 트리플나인이 우승하며 4억 5600만 원의 상금을 챙겼다. 이에 힘 입어 엑톤파크가 씨수말 순위 1위로 등극했다.사진=한국마사회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11월 26일 현재 4주차까지는 엑톤파크가 역전한 상태에서 1위를 지켜내고 있다. 우승과 준우승 횟수가 엇비슷하지만 총수득상금에서는 5억 원까지 벌려놨고, 출전두당 평균상금에서도 엑톤파크가 메니피를 압도한다.
엑톤파크는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약하던 말인데 이시돌협회가 2009년에 매입했다. 국내에서 자마들이 활약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바로 그해에 씨수말 순위에서 26위를 기록, 데뷔 2년차인 메니피(28위)를 딱 한 번 이겼을 뿐 그 후론 단 한 번도 메니피에 앞서지 못했다. 2011년엔 메니피가 2위로 올라서며 일찌감치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엑톤파크는 도로 뒷걸음질 치며 33위에 그쳤다. 이후로는 메니피 독무대였다. 메니피는 2012년에 바로 리딩사이어에 오른 후 올 상반기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엑톤파크도 4년차 때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2013, 2014년에 연속 8위에 올랐고, 2015년에는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렇지만 이때에도 자마들의 수득상금은 22억 원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메니피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자마들 숫자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2016년에는 한 단계 떨어지며 도로 3위로 처졌고, 2017년엔 2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수득상금은 메니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둘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양상이었다. 그러다가 올 들어 트리플나인, 엑톤블레이드 등 자마들이 대활약을 하면서 메니피를 넘어섰다.
반면 그동안 메니피의 효자 노릇을 했던 대표자마인 파워블레이드와 디바이드윈드는 골절상과 계인대염으로 개점휴업하며 상금벌이를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파이널보스, 테마등극, 브라이트스타 등 그동안 상위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던 1군 강자들도 최근에는 부진에 허덕이며 상금 벌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엑톤파크의 이변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다. 자마들이 꾸준한 활약을 하고, 특히 메니피보다 장거리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경향이 있어 수적인 열세만 극복하면 해볼 만하다는 게 그동안 혈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그동안 출전자마들 수에서 매년 20~80두씩 적었기 때문에 총 수득상금에서 메니피를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올해엔 양상이 달랐다. 24일 현재 출전자마 숫자를 보면 메니피가 128두로 여전히 우세하긴 하지만 엑톤파크도 120두나 될 정도로 차이를 상당히 좁히고 있다. 엑톤파크 자마들은 712전을 치르며 1위 88회(메니피는 90회) 2위 83회(메니피는 78회)를 거뒀다. 승률에선 12.4%로 12.6%인 메니피에 뒤지지만 복승률에선 24.0%로 23.6%의 메니피에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경주마의 ‘가성비’라고 할 수 있는 출전두당 평균상금에선 약 4885만 원으로 4106만 원의 메니피를 상당한 차이로 추월하고 있다.
이 같은 엑톤파크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먼저 현역시절 성적을 살펴보자. 엑톤파크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경주마로 활약했는데 23전6/8/6의 성적을 올렸다. 평균 우승거리는 1766미터였다. 이 가운데 4승 2위 2회 3위 5회가 블랙타입 경주에서 거둔 성적이다.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약했던 때에도 리딩사이어 전체 순위에선 100위권 밖을 기록, 특별히 주목 받지 못하는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당시에도 2세마 부문에선 25위까지 올랐을 정도로 조숙형 자마들을 많이 배출했었다.
혈통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부마는 미스터프로스펙터의 자마인 포티나이너(Forty niner)다. 엑톤파크도 그랬지만 부마인 포티나이너도 단거리는 물론이고 2000미터 중장거리 경주에서도 입상률이 높았다. 경주마의 거리적성을 알려주는 지표로 곧잘 활용되는 도시지 프로파일상으로도 장거리 인자는 풍부하다. 모계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도 이 같은 부모의 유전인자가 장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근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는 엑톤파크 자마들의 체격적인 면과 궁합이 잘맞는 씨암말 등등 후대들의 특징을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지난 경주 복기로 본 다음 경주 관심마 예스퍼펙트 몰라보게 변신 지난주(11월 23~25일) 출전마 중에서 전력의 변화를 보였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말들을 살펴본다. #[부-외3]예스퍼펙트(2세·수·2전1/0/0·정영광·안우성 부:MAJESTIC WARRIOR 모:TOTAL WAR)=지난주 서울과 부산경마를 통틀어 가장 큰 전력향상을 보인 마필이다. 데뷔전에서는 중후미에서 전개하며 이렇다할 특징을 보이지 못한 채 15마신차로 6위에 그쳤는데, 이번 경주에서는 2위마를 7마신이나 따돌리며 압승을 거뒀다. 그것도 선행을 나선 뒤 거둔 결과다. 데뷔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반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행에 나섰고, 결승선 100미터를 남겨두고는 다실바 기수가 뒤를 보며 제어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불과 3주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번 우승으로 3군에 올라갔는데, 이번에 보여준 경주력이라면 웬만한 3군 경주에서도 입상이 충분해 보인다. #[서-외4]메디치글로리(2세·수·2전1/0/0·(주)나스카·송문길 부:GEMOLOGIST 모:ELUSIVE NOISE)=2세마 대상경주였던 농협회장배에서 6위에 그쳤는데, 경주내용이 좋았고, 발전 기대치도 상당히 높은 마필이라 다음 경주 입상 유력마로 추천한다. 출발과 동시에 선행승부를 던졌는데, 옆에 있던 울트라펀치가 강하게 밀고 나오며 치열한 선행 경합을 펼쳤다. 또한 인기 1위 스프링백도 물러서지 않고 선두싸움에 가세해 레이스는 더욱 치열해졌다. 4코너까지 세 마필이 일렬횡대를 이루며 경합을 펼친 끝에, 결승선에서는 모두 무너지고, 뒤에서 힘을 안배하던 왕벚꽃이 어부지리 우승을 거뒀다. 왕벚꽃과는 0.7초 차이가 났는데, 만약 선행싸움을 하지 않고, 안쪽선입 전개를 펼쳤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능력이 아니라 전개 때문에 졌다고 보는 것이다. 혈통적 기대치가 높고, 2세임에도 490kg대의 좋은 체구를 지녔고, 주행자세도 좋아 앞으로 좋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서-국5]인천치프(2세·수·1전0/0/0·세계건설·정호익 부:PIONEEROF THE NILE , 모:INDY FIVE HUNDRED)=데뷔전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이며 4위를 기록한 2세 신마로,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무난한 출발을 보이며 중위권에서 전개하다가 가속을 하며 2위권까지 올라와 선입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4코너 이후 직선에서 끈기력을 발휘했으나, 상대마들의 선전으로 입상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우승마 금석돌파와는 2.5마신이었고, 2위마 스피드위너에게는 불과 반마신차였다. 처음 뛰어보는 데뷔전이었고, 경주거리도 1300m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500kg대의 좋은 체구에 우수한 혈통을 지녀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대상으로 판단된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