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달랐던 감독·선수 vs 미디어 시각…현장 표심에 관심 만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선수들이 말숙한 정장을 차려 입었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잔치인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2018’이 열린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선수와 감독들은 경기장 위에서 벌이던 경쟁을 뒤로 하고 이날 만큼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잔치를 즐겼다.
이번 시상식은 어느 해보다 의미있는 자리였다. 지난 1983년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프로축구가 창설된 이래로 수상자 선정 방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그간 미디어 투표로만 이뤄지던 방식에서 각 구단 감독과 주장(선수)의 의견이 대대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자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타이틀이 ‘시상식’이기에 ‘어떤 선수가 수상을 할지’에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 한 후보가 미디어의 ‘지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장의 ‘인정’이 없으면 수상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본 투표 결과 또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MVP 말컹(경남), 영플레이어 한승규(울산) 외 베스트11 수상자 등은 대부분이 감독과 선수, 미디어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다만 감독상 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감독상을 수상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연합뉴스
미디어에선 122표 중 74표가 김 감독을 지지했다. 44표를 받은 최 감독은 현장의 지지를 받았다. 12명의 감독 중 7명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주장단에서도 최다표(4표)를 획득했다. 결국 최종 점수에서 최 감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 감독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감독들의 지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잘 생겨서요”라는 농담으로 답했다. 이어 “빨리 중국으로 가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라며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중국 무대로 떠나는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디어와 현장의 목소리가 갈렸던 또 다른 사례는 K리그1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이었다. 미디어는 이번 시즌 K리그를 평정한 말컹과 더불어 득점 2위 제리치(강원)에 표를 던졌다. 제리치는 이번 시즌 36경기에 나서 24골을 기록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시상식은 단순 선정 방식의 변화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득표수와 환산 점수 뿐만 아니라 리그1과 리그2 22개 구단 감독과 선수가 각각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는지도 공개됐다.
새로운 수상자 선정 방식을 발표할 당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수상이 유력한 후보 측에서 고의로 사표(死票)를 만들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투표 과정에서부터 감독과 주장들에게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는 공지가 미리 나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자료 속 감독·주장의 선택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없었다. 진지한 자세로 투표에 임한 듯 보였다.
연맹의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수상자의 면면에도 큰 반발이 없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국내 선수들에 비해 외국인 선수가 다소 덜 조명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이번 시상식에서 K리그1 베스트11의 경우 6명이 외국인 선수로 채워졌다.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당초 연맹은 팬들의 의견도 일부 반영시킬 계획 또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팬 투표가 제외됐다. 다만 내년 초 투표 방식을 재논의 하는 시점, 변경 가능성을 열여놨다. 다소 논란이 있었던 감독·주장·미디어의 점수 배분 비율에서도 조정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연맹에서는 투표율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연맹 관계자는 “이번에 미디어에 투표권을 대거 늘렸는데 참여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며 “투표율이 55%~60% 정도다. K리그2는 더 낮아서 50%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 미디어 투표에는 리그1 122명, 리그2 109명이 참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공개한 시상식 투표결과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