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함’ 채우는 장인의 ‘노하우’
▲ 일본식 샤브샤브 화로구이 전문점 ‘시찌린’에서 손님들이 화로구이를 맛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인 음식전문가를 직접 만나볼 수도 있다. | ||
‘시찌린’은 일본식 샤브샤브, 화로구이 전문점이다. 메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각각 전문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요리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음식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점은 또 있다. 일본인 음식전문가를 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안녕하시므니까? 음식은 맛있습니까? 부족한 점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홀을 돌아다니며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은 노기 아키라 씨(57).
아직은 어색한 한국어 발음에 손님들은 대부분 ‘어머, 일본인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일쑤다. 노기 씨는 이용범 사장이 일본 유학 시절 인연을 맺게 된 음식전문가다. 이 사장이 일본식 음식점 창업을 결정하면서 노기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노기 씨가 이에 응해 메뉴 개발과 조리를 맡아 진행해오고 있다.
전문가에게 메뉴 개발을 의뢰했지만 이 사장 역시 일본 음식 전문가다. 일본에서 7년 정도 지내면서 현지 음식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 또 귀국 후에는 8년간 일본식 가마솥밥 전문점을 운영했다.
“일 평균 1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습니다. 가맹점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재료와 고정비 지출은 늘어나는데 반해 음식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 수익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들이 보기에 잘되는 사업이었지만 실제로는 큰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
그는 창업에 나섰다. 콘셉트는 주인이 청소부터 조리까지 직접 나서서 일을 하는 일본풍 전문 음식점. “전문가를 영입해 일본 음식점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죠.”
고민 끝에 그는 일본에서 만난 음식전문가 노기 씨에게 SOS를 보냈다.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 등에는 일본 음식 전문가인 노기 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점포의 위치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2층이었지만 메뉴 경쟁력만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06년 5월 개업한 뒤 적극적인 홍보가 없었지만 입소문을 통해 고객이 꾸준히 늘기 시작했고 현재 일 평균 매출은 20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가족 단위의 방문이 많은 주말에는 500만 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주 메뉴인 화로구이, 샤브샤브, 가마솥밥은 모두 일본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이다. 전통 일식에 바탕을 두되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양념에만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이 사장은 “일본식 샤브샤브와 화로구이의 특징은 고기와 야채를 찍어 먹는 소스에 있다”고 말한다. 화로구이에는 간장소스가, 샤브샤브에는 참깨소스와 폰즈소스가 나오는데 일본 현지에서 사용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맛에 여성 고객의 반응이 좋다. 점심에는 가마솥밥류와 새우마끼정식이 잘나가고 저녁에는 샤브샤브와 화로구이가 골고루 나가는 편이다. 샤브샤브는 담백한 맛과 무료로 제공되는 우동사리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메뉴다. 또 소고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돼지고기 샤브샤브의 주문이 많은 편이라고.
시찌린은 점심 고객의 90% 정도를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여성 고객 비율이 높다. 평일 점심에 왔던 주부 고객들은 대부분 저녁시간 가족들과 다시 온다고 한다. 주중, 주말 매출과 점심, 저녁의 매출이 꾸준한 이유다.
이 사장은 모(母)점을 바탕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형태의 지점과 가맹점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찌린 창업비용은 2층 78평 기준 2억 원(점포비용 제외), 일평균 매출은 200만 원 정도. 원가율은 30% 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