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탄핵이 전국법관회의라는 법원 자체의 기구에서 나온 방안이지만, 탄핵의 실행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일이다.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게 이 사건 재판을 맡기지 않기 위해 그들을 배제하고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특별재판부설치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냈다. 두 가지 모두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한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에서 발단됐다. 대법원 판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는 방안은 대법원의 오랜 숙제였고, 양 대법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고법원 신설방안을 추진했다.
이 사건에서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상고법원 설치의 위법성 여부다. 상고법원이 3심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반한다는 논란도 있지만 입법과정에서 보완될 여지가 있고, 제도의 도입이 가져올 법익이 크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이지 위법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이 위법적인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에도 반한다.
둘째는 이 같은 사안을 놓고 대법원이 청와대와 위법적인 재판거래를 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합리적인 의심에 근거한 것이냐이다. 거래를 했다면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재판에서 사실을 왜곡한 증거가 있어야 하겠는데 재판의 과정이나 결과로 볼 때 검찰의 그런 주장에 오히려 합리적 의심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검찰이 재판거래 대상으로 지목한 징용자 재판과 통진당 재판만 해도, 최근 대법원의 징용자 판결로 한일 간에 외교적 갈등이 첨예한 현실에서 볼 때, 양승태 대법원이 이 재판과 관련해 행정부의 의견을 들을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도 징용자 재판거래의 결과가 사실의 왜곡이 아니라 ‘재판의 지연’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진당 재판 역시 현직 국회의원이 포함된 세력이 폭력적인 내란음모를 주도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고, 그런 정당의 해산을 당연하게 여겼다. 재판결과가 달랐더라면 오히려 대법원은 비난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설령 재판거래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의 구속 사유로 삼는 것은 사실의 왜곡에 가까운 전형적인 침소봉대이다. 3권분립의 원칙은 국익 차원에서 3부(府)가 의견을 교환하는 것까지 부정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법농단 사건은 어느 쪽이 더, 무엇이 더, 위법적인가를 헷갈리게 한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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