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에 반해 한 사발 정에 취해 두 사발
▲ 창업시장에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 왼쪽은 탁사발 내부 모습. | ||
“내가 낼게.” “아니야, 내가 계산한다니까.”
퇴근길에 간단히 술을 한 잔 마신 두 친구가 계산대에서 가벼운 실랑이를 벌인다. 냄비 홍합탕 안주에 막걸리 한 주전자를 사이좋게 나눠 마신 두 사람이 지불해야 할 금액은 달랑 5900원.
강동석 점주는 “탁사발은 1만 원 한 장으로 안주 두 가지를 주문해서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라며 “가격의 부담이 크지 않아 인근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가장 싼 안주인 김치전, 홍합탕 등의 가격이 2900원. 가장 비싸다는 안주도 1만 원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1만 원을 넘지 않는 메뉴로 한 달 매출이 얼마나 되겠어’라고 우습게 생각한다면 큰 코 다친다. 오후 4시부터 새벽 6시까지의 영업을 통해 강 씨가 벌어들이는 한 달 매출은 평균 5000만~5500만 원. 수익률은 35~40% 정도.
아이로니컬하게도 높은 매출의 비결은 바로 싼 가격이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기에 고객들은 보통 두세 가지의 안주를 주문해 한 상당 매출이 평균 2만 원을 웃돈다는 것이 강 씨의 설명이다. 싼 값이 오히려 고객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셈이다. 점포에 놓여진 24개의 상은 평일 평균 3회전, 주말에는 5회전 할 정도로 회전율이 높은 편이다.
고객의 폭도 다양하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저녁시간에는 30~50대의 중·장년층이, 9시 이후에는 20~30대의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여성 고객의 비율도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 강동석 점주. | ||
강 씨는 “50여 가지의 안주는 다양한 고객층의 기호와 취향을 만족시키는 주된 요인”이라며 “맛에 대한 평가 역시 전문점과 비교했을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 자리에서 막걸리를 비롯해 소주, 생맥주 등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고객몰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막걸리와 생맥주의 판매 비중이 높았지만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소주의 판매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종업원과 똑같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강 씨는 고객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그는 사실 초보 창업자다. 항해사라는 전문직으로 남부럽지 않은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지난 6월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명령을 지시받아 수행하는 ‘일방성’의 직장 생활과 달리 창업은 ‘양방향성’의 성격이 강한 것 같아요. 주인의 생각이 정답이 아니죠. 함께 일하는 종업원의 의견도 존중하고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을 향한 하나의 공통된 생각으로 최상을 팀워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탁사발 독산4동점의 창업비용은 9000만 원 정도 들었다(점포비용 제외). 가맹비 5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평당 150만 원, 그 외 철거비용과 각종 추가 공사비용에 5000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로열티는 없다). 한 달 평균 매출은 5000만 원, 수익률은 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