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 ||
고 이 회장의 제사를 두고 삼성가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뒷말이 오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고 이 회장의 3남이자 삼성그룹 회장인 이건희 회장이 제사에 불참한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은 제사를 열흘 앞둔 지난 11월8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룹측의 설명은 “사업상 출국”이었다.
주변에서는 “정치계절을 맞아 골치아픈 문제들을 미리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부친의 제사를 앞두고 출국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고 이병철 회장의 제사와 관련해 집안 내부에 복잡한 사연이 숨어 있는게 아닌가하는 얘기들도 오가고 있다.
당초 고 이 회장의 15주기 제사는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손인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이 성대하게 치르는 것보다 평소 때처럼 가족 중심으로 치르길 주장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물론 이에 대해 삼성그룹측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선대 회장의 제사는 이재현 회장이 지내오던 터인데 새삼스레 그런 문제가 시비거리가 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제사 문제와 이건희 회장의 출장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 이재현 CJ회장 | ||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0년 모친 박두을 여사가 작고했을 때 한국에 있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암치료차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삼성그룹측이나 가족들 모두 부정했다. 이 회장은 건강진단 결과 매우 건강한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 무슨 시급한 문제가 터진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특별한 해명이 없다. 딱히 위급한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라면 굳이 이 회장이 부친의 제사를 앞두고 출장을 가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일이 삼성그룹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이건희 회장의 흉상을 건립한 것이 발단이다. 삼성전자는 얼마전 이 회장의 흉상을 수원공장에 건립하겠다고 밝히고, 실제로 흉상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흉상이란 작고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우는 것이 관례다.
문제는 이 회장이 현재 생존해 있고, 건강도 다시 찾은 상태라는 점. 당초 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뒤늦게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 흉상 문제가 시비거리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는 철거 여부를 두고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일단 흉상을 세운 사실을 외부에 홍보한 상황에서 이를 철거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삼성가 내부로까지 비화되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삼성가를 잘 아는 인사의 전언에 의하면 이건희 회장의 흉상이 세워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족들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고 이병철 회장의 흉상을 세운다면 몰라도 아직 생존해 있는 이건희 회장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오간 때문. 더욱이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부조물은남산 제일제당 본사에 있다.
이는 삼성그룹의 법통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미묘한 감정이 선대회장 제사문제와 결부됐고, 이건희 회장이 부친 제사를 앞두고 갑작스레 일본출장을 떠난 것도 그 때문이 아니냐는 쑥덕공론이 일고 있다는 얘기이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