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한국의 미 알리기<11>
그러나 여인네들의 마음이 그런가.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보이려는 여인들의 욕망은 소재와 모양을 다양화시키고 화려하게 만들어 비녀도 주요한 장신구의 하나로 발전해 왔다.
비녀의 종류는 재료에 따라 금 은 옥 백동 놋 진주 비취 산호 나무 대나무 뼈 뿔 등으로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비녀의 머리 부분 장식에 따라 용잠(龍簪) 봉잠(鳳簪) 원앙잠(鴛鴦簪) 오두잠(烏頭簪) 어두잠(魚頭簪) 매죽잠(梅竹簪) 죽잠(竹簪) 매조잠(梅鳥簪) 죽절잠(竹節簪) 목련잠(木蓮簪) 목단잠(木丹簪) 석류잠(石榴簪) 가란잠(加蘭簪) 국화잠(菊花簪) 화엽잠(花葉簪) 초롱잠(草籠簪) 호도잠(胡桃簪) 두잠(豆簪) 완두잠(腕豆簪) 민잠(珉簪) 말뚝잠 조리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이런 비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이나 은, 주옥으로 만든 비녀는 상류계급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으며 서민층 부녀들은 나무나 뼈 뿔 등으로 된 비녀만을 사용하였다. 비녀의 형태도 용잠 봉잠 등은 결혼식이나 기타 예식이나 의식 때 큰 낭자 쪽에 꽂았던 것이며 다른 것도 형태나 재료에 따라 계절에 맞추어 사용하였다.
조선시대 부녀자들의 머리 장식은 비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머리 장신구가 비녀이지만 이밖에도 뒤꽂이(쪽머리 뒤에 비녀와 함께 덧꽂는 장식물), 떨잠(어여머리의 중심과 양 옆에 하나씩 꽂는 장식), 댕기(머리를 장식하는 자주색 검은색의 헝겊), 첩지(부녀자가 예장할 때 쪽머리 위에 꾸미는 개구리처럼 만들어진 장식), 떠구지(어여머리 위에 장식한 나무 틀), 다리(머리를 땋을 적에 머리숱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덧넣는 딴 머리) 등도 머리를 꾸미는데 사용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여인네들의 머리 모양은 다양했다. 고구려의 ‘빈하수’, 삼국시대 머리를 틀어 올리는 방식인 ‘반환계’, 화려한 머리 장식을 사용하는 ‘힐자계’, 고려 시대에 유행했던 머리를 정수리 부근에서 틀어 올린 ‘추마계’ 등은 지금 벽화나 민화에서나 볼 수 있는 머리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