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시사·보도 프로서 이재명·산이 편파방송, 김정은 찬양 논란 잇따라…“중립 근간 흔들려”
KBS 1TV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캡처
# 공정성 논란 도마에 오른 지상파
소셜테이너라 불리는 방송인 김제동을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앉히며 시작부터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았던 KBS 1TV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달 19일 방송된 ‘혜경궁 김씨 일파만파, 어디까지 번지나’ 편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을 내보내며 반대 측 입장은 충분히 다루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에 KBS는 지난 12월 3일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이재명 측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씨를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재 섭외 요청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즉각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섭외 요청은 무슨! 11월 26일 이후로 아무 연락도 없으면서! 시청자한테 이런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작가님과 주고받은 카톡(카카오톡)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정신 차리시렵니까?”라고 반박했다.
이정렬 변호사 트위터 캡처.
‘오늘밤 김제동’은 4일 방송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환영단 소식을 전하며 ‘위인 맞이 환영단’ 김수근 단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 김 단장은 “광화문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칠 수 있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정상적인 나라에서 왜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칠 수 없나 되묻고 싶다”고 말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정말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 “정말 팬이다”라며 “남북정상회담 때 생중계로 봤는데, 우리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겸손하고 지도자로서 능력 있다.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후 시청자들이 ‘김정은 찬양 방송이냐’고 비판하자 제작진은 “해당 단체의 인터뷰는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으며, 이 단체의 기자회견 내용도 자세히 인용돼 기사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방남 환영 단체들을 다룬 기사를 모두 ‘찬양기사’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제작진은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방송에 대해 의견 진술을 청취하기로 의결했고, KBS 공영방송노조는 ‘오늘밤 김제동’ 제작진과 양승동 KBS 사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한편 SBS ‘8뉴스’는 12월 3일 방송에서 젠더 논란의 중심에 선 래퍼 산이가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브랜뉴뮤직 2018’ 콘서트를 찾은 일부 관객들과 갈등을 빚은 소식을 전했다. 다음날 산이는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SBS의 산이 여혐 프레임…마녀사냥 적당히 하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SBS의 보도 행태를 비난했다.
산이가 개인 채널에 올린 ‘SBS의 산이 여혐 프레임…마녀사냥 적당히 하세요’ 영상 캡처
‘8뉴스’는 해당 뉴스에서 산이가 공연 도중 한 말 중 일부를 발췌해 쓰면서 그의 여혐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산이는 ‘악마의 편집’이라 주장하며 “그곳에 있던 상황은 다 배제한 채 그냥 나를 여혐 래퍼 프레임에 맞추기 위해서 짜깁기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공중파뉴스에서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산이는 공연 도중 입에 담기 힘든 글을 쓴 플래카드를 든 몇몇 관객들과 마찰을 빚고 그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8뉴스’의 편집이 다소 산이에게 불리하게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인상을 줬다.
# 왜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나?
KBS, SBS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회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비교적 분명한 정치적 색을 띠는 종합편성채널과 달리 공정성과 보편성을 지켜야 하는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 같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이 송출되는 것은 ‘속도전’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늘밤 김제동’은 평일 데일리로 방송되기 때문에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루는 편이다. 시시각각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하는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지상파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의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반대편의 시각을 충분히 담지 못한 채 방송을 내게 됐고, 그 결과 이런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8뉴스’ 역시 산이가 사회적으로 팽팽한 여론이 맞서는 젠더 문제의 중심에 선 인물인 만큼 시간적 여유를 두고 보다 균형 있는 시각을 다룬 뉴스를 내보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진하게 남겼다.
몇몇 방송 관계자들과 네티즌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례를 통해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로 활동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정 전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역풍을 맞았다. 결국 정 전 의원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방송 심의를 통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지난 7월 이 프로그램의 폐지가 결정되자 SBS는 “김어준과의 계약이 25회로 끝나 시즌1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같은 징계를 받으며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것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팩트에 기반해야 하고, 항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근간이 자꾸 흔들리고 있다”며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프로그램을 넘어 방송사 전체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