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시장의 기본기능을 저해하는 것이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여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시장의 감시자가 아니라 지배자 역할을 한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폐업을 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 정부정책이 시장실패를 확대했다. 경제상황이 악화하여 세수가 대규모로 줄면 정부실패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곳이 주택시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회복을 위해 자금을 풀어 주택시장을 부양하는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시중에 부동자금이 1100조 원을 넘어 주택시장을 가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주택가격의 상승이 본격화했다. 특히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만연했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보유세 강화, 은행대출 제한 등 수요억제 정책과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공급억제 정책을 동시에 폈다. 주택가격은 일단 진정세를 찾았다.
그러나 주택소유 양극화는 막지 못했다. 올해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은 212만 명으로 작년보다 14만 늘었다. 또 주택소유자 10명 중 7명은 소유주택의 가격이 올랐다. 더욱 문제는 주택시장의 억지 안정이다. 몇 년 후 주택시장은 또 다른 투기 악순환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자금흐름을 결정해 경제의 심장역할을 하는 금융시장도 정부의 간섭이 많다. 모든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와 가격결정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관행이다.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1조 4000억 원이나 낮췄다.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지원해야 할 것을 카드사에게 넘겼다.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도 억제대상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자유롭지 않다. 해외자본 유출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도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금리정책을 올바르게 펴지 못한다. 미국에 비해 현격히 높던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재 0.75%포인트나 낮다.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인한 금융시장 낙후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올바른 성장과 분배를 막는다.
과거 자본주의가 수많은 경제위기를 겪은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실패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것이지 시장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보완조치 정도로 국면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칫하면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함께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규제개혁과 공정경쟁 등으로 시장기능을 살려 경제성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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