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 기자회견서 前 멤버들도 합세 “사실과 너무 다르다” 주장
26일 오후 서울 섬유센터빌딩에서 열린 ‘더 이스트라이트 반박 기자회견’에서 이정현 미디어라인 대표가 추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빌딩에서 열린 ‘더 이스트라이트 사건 관련 반박 기자회견’에는 김창환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회장, 이정현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전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인 이은성, 정사강이 참석했다.
이 기자회견에서의 쟁점은 ‘김창환 회장이 문영일 PD의 멤버 폭행 사실을 알았는지’와 ‘이를 적극적으로 방조했는지’ 여부였다. 문영일 PD는 현재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전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승현을 폭행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최근 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김 회장은 폭행교사 및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기자회견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은 이정현 미디어라인 대표는 이석철·이승현 형제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연습생 시절이던 2015년부터 지난 4년 동안 문 PD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 왔고, 부모에게 알리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받아왔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폭행’은 상호간 인정된 ‘체벌’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연습생 시절을 시작할 때부터 문 PD가 전담 선생님의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당시 멤버들은 문 PD와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못했을 때나 잘못을 했을 때 당연히 체벌을 받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심한 폭행이나 협박 같은 것이 없었다는 증거로 멤버들이 문 PD와 함께 사이좋게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은성, 정사강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 대표는 이 시기에 이승현의 비행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갑작스럽게 방송 스케줄을 펑크 내고 종적을 감춘 이승현을 찾기 위해 연락을 받은 그의 아버지가 대전에서 급하게 서울에 올라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 당시 승현이 아버지와 문 PD의 통화를 지켜본 우리 직원이 ‘승현이 아버지가 (승현이를)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고 사과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버지도 문 PD의 폭행을 교사 내지 방조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폭행 교사 또는 방조와 관련한 반박으로는 이석철 형제 아버지의 통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6월 13일 발생한 폭행 사건을 알게 된 승현이 아버지가 문 PD에게 ‘대표 앞에서 애들 세워놓고 두드려 패고, 머리 박게 시킬 수 있어? 왜 회장님, 대표님 없는 자리에서만 그런 일을 자꾸 벌이냐고’라고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소속사가 폭행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버지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새로운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문 PD가 이승현을 체벌한 뒤, 집으로 간 이승현을 아버지가 추가로 체벌했다는 것이다. 전 멤버인 이은성과 정사강은 이에 대해 “다음날 같이 스케줄 가는 차 안에서 석철이(이승현의 형)가 ‘아버지가 화가 잔뜩 나셔서 대전에서 올라오셔서 (승현이를) 골프채로 죽도록 때렸다’고 말했다” “승현이가 말썽을 부렸을 때 아버지가 엎드리게 한 뒤 빠따로 엄청 때렸다고 들은 적이 있다. 13일에도 골프채로 새벽 4시까지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정현 미디어라인대표가 이석철 형제의 어머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와 관련, 부상 사진과 당시 체벌에 사용했다는 막대기의 사진을 고려대 법의학연구소에 보내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일부 멍이나 상처의 경우 막대기로 인한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라인 측은 이승현의 문제 행동을 전부 공개하기도 했다. 소속사가 나서서 소속 연예인의 행실을 공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미디어라인 측은 이승현에 대한 추가 고소 계획을 밝히기까지 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던 지난 10월 14일 경, 이승현과 그의 아버지가 소속사 사무실을 방문해 420만 원 상당의 드럼세트와 50만 원 상당의 DJ런치패드를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드럼을 가져간 것은 이승현이지만 당시 CCTV에 찍힌 화면을 보면 사무실 밖에 그의 아버지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도 공범”이라며 “같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PD가 기소된 건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정당한 체벌이라도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때리거나 가혹 행위를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상대방의 거짓말에 의해서 구속 기소될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경찰 측은 아동폭력피해자의 일관적인 증언에 따라 결정했다고 하는데, 김창환 회장과 아이들은 사건 전후에도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었다. 승현이가 (폭행 당시) 정말 다급했다면 김 회장을 불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정사강은 “저희는 기자회견 당일까지 (이석철 형제가)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며 “저희를 대표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해가 안 됐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화가 났다. 배신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PD의 폭행과 관련해서 이은성은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과 데뷔 초에 체벌을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이석철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몇 십대씩 맞고, 감금 폭행을 당한 적은 없고 학교에서 혼날 때 정도의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이석철 형제의 법정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남강의 정지석 변호사는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하겠지만 추가적으로 저희 측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내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모든 건 재판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