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주목받는 가운데 사모펀드들 나설 가능성도…회사 쪼개지면 K-게임 경쟁력 훼손 우려
넥슨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NXC가 직접 지배한다. 지분율도 대부분 100%다. 이 때문에 계열사 실적은 모두 NXC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즉 NXC 연결재무제표 실적이 곧 그룹 실적이다.
김정주 NXC 회장이 진경준 검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과 관련해 2016년 7월 13일 오후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김 회장이 NXC 지분 전량을 매각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10조 원을 베팅할 만한 후보로는 중국의 인터넷서비스업체인 텐센트, 미국의 게임업체 EA 정도가 꼽힌다.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만큼 해외 쪽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들이 선뜻 나설지는 미지수다.
넥슨의 주요 매출인 던전앤파이터는 텐센트를 통해 유통된다. 최근 계약도 갱신됐다. 텐센트가 굳이 거액을 들여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는 거액의 달러 유출을 유발하는 자국 기업의 해외투자에 민감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80개의 새 게임을 승인했지만, 텐센트와 넷이즈 두 게임사의 게임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대형 게임사에 대한 규제 기조는 여전하다는 해석이 많다. 미국 EA 역시 일본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넥슨을 인수할 이유가 적다는 게 게임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재매각 차익을 노리고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NXC는 유동자산만 5조 원이 넘는다. 현금성자산만 2조 원 이상이다. 이익잉여금도 3조 원에 육박한다. 배당은 물론 인수 이후 상장을 통해 조 단위 자금을 회수할 여지도 있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이 그룹의 80%를 차지하지만 NXC의 지주사로서 위치를 감안하면 상장시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NXC와 비교해 매출액은 3분의 2, 세전이익은 절반 수준인 엔씨소프트의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0조 원이다.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세전이익이 3분의 1가량인 넷마블의 시총도 9조 원에 달한다.
대출 등을 활용해 구조를 잘 짜면 10조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자금으로도 인수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이 경우 NXC가 재매각될 때는 현재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투자회수 극대화를 위해 회사를 쪼개 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
NXC 지배구조를 보면 김 회장이 67.49%, 배우자(유정현)가 29.43%, 두 자녀(김정민, 김정윤)가 각각 0.68%씩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 가족회사인 셈이다. 현행 세법상 대기업 비상장주식 양도소득세율은 대주주가 22%(1년 이상 보유시)다. 양도차익이 3억 원 이상이면 3억을 넘는 금액의 27.5%다. 김 회장 일가가 10조 원에 NXC를 팔면 3조 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지금까지의 개인 납세 최고기록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 낸 상속세 1830억 원이다. 예정액으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7200억 원이다. 김 회장 일가가 3조 원 가까운 세금을 낸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개인이 이 기록을 깨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016년 김정주 대표는 진경준 검사장에게 비상장 넥슨 주식을 뇌물 목적으로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 환송이 선고됨에 따라 혐의는 벗겨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