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규모 커지며 운영 방식에도 변화…‘우승도전’ 한국엔 행운?
2019 AFC 아시안컵 엠블럼.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아시아 최대 축구대회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오는 6일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이번 17회 대회는 본선 진출국이 기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자연스레 경기 일정, 대회 방식 등에서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참가국들의 경기 운영 또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변화는 59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본선 규모 확대된 아시안컵
이번 아시안컵 본선 진출국은 24개국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대회 기간도 늘어났다. 호주에서 열렸던 지난 대회는 개막부터 결승까지 23일간 치러졌다. 이번엔 오는 6일 개막해 다음달 1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 대회 결승에 진출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총 6경기를 치렀다. 다음달 1일 열릴 이번 대회 결승에 진출한다면 총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계적인 체력 관리가 요구된다.
대회 규모가 늘어나면서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4개조로 조별리그가 열리고 8강 토너먼트로 대회가 진행되던 방식에서 6개조, 16강으로 확대됐다.
이같은 확대는 한국 대표팀에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예선을 뚫어내기 어려웠던 국가들이 대거 대회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대회가 사상 첫 본선 진출이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한국과 한 조에 편성됐다. 경험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회에서 한국은 비교적 손쉬운 조에 편성되는 행운을 잡았다.
토너먼트 대진 편성이 기존에 익숙한 월드컵과 다른점이 있다. 24개국에서 16강 진출국을 가려내야하기에 조별리그 3위에 그쳐도 16강 진출이 가능해졌다. 6개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16강에 오른다.
한국이 속한 C조는 2위를 차지할 경우 A조 2위와 16강에서 맞붙는다. 반면 D조는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E조 1위를 상대해야한다. 월드컵 등 다수의 대회에서 각조 1위와 2위가 토너먼트에서 만나게 되지만 이번 아시안컵은 일부 3위까지 기회가 주어지며 다른 형태를 띠게 됐다.
대회에 앞서 현지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가졌던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59년만의 우승을 노린다. 스스로를 ‘아시아 호랑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아시안컵 우승 기회를 번번이 놓쳐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부임 이후 ‘우승’이라는 목표를 조심스럽지만 명확히 이야기해 왔다.
우승을 위해선 경쟁국들을 물리치는 것이 필수다.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는 한국과 함께 이란, 일본, 호주 등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1포트로 분류되며 각기 다른 조에 편성됐다.
토너먼트 대진 편성 결과는 대한민국에 긍정적이다. 결승까지 가는 길에 라이벌과 부담스런 맞대결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은 우승을 놓고 경쟁할 이란(D조), 일본(F조), 호주(B조)을 결승에 가서야 만날 확률이 높다. 다만 선결 조건은 4개국의 각 조 1위 등극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에서 폭발적 관심을 모았던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만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베트남의 분발이 필요하다. 베트남은 이란, 이라크, 예멘과 함께 D조에 편성됐다. 지난해 12월 아시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물리치고 8강에서 한국과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필리핀-영국 혼혈 최고 축구스타 필 영허즈번드. 사진=‘맨즈헬스 필리핀’ 커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그 중에서도 첫 상대인 필리핀은 독특한 팀 구성으로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필리핀 대표팀은 다수가 혼혈 선수로 구성돼 있다. 팀내 주장이자 최고 스타인 필 영허즈번드 또한 필리핀-영국 혼혈이다. 그는 현재 혼혈 선수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 대표팀의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대표팀 발탁 과정 또한 이색적인 사연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필리핀의 한 축구팬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첼시의 하위팀에 필리핀 혼혈 선수인 영허즈번드가 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를 발견한 계기는 다름 아닌 ‘풋볼매니저(Football Manager, FM)’라는 PC 게임이다. 게이머가 감독이 돼 전술을 펼치고 팀을 운영하는 게임인 FM은 현실에 가까운 선수 데이터 보유로 유명하다. 영허즈번드는 첼시 유스팀에서 활약할 당시 팀내 최다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필리핀 축구협회는 그에게 국가대표를 제안했다. U-23 대표팀에 발탁돼 3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그는 곧 성인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영허즈번드는 현재까지 A매치 102경기에 나서 52골을 기록했다. 활동 무대의 수준은 다르지만 한국의 전설적 공격수 황선홍(103경기 50골)과 비교 할만한 수치다. 수려한 외모에 축구실력까지 겸비한 그는 필리핀의 국민스타에 등극했다. 그의 형제 제임스 영허즈번드와 함께였다. 그의 활약에 고무된 필리핀 축구협회는 각국의 혼혈 선수를 데려오는 ‘개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독일출신 미드필더 스테판 슈록, 일본 출신 수비수 다이스케 사토 등 각국 혼혈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다양한 출신 성분이 뒤섞인 필리핀이지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필리핀은 2018년 12월 기준 피파랭킹 116위의 축구 약소국이다. 다양한 혈통의 선수들이 모여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 예로 필리핀 대표 중 가장 큰 무대(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활약 중인 골키퍼 닐 에더리지(카디프 시티)는 “소속팀이 시즌 중이라 어렵다”는 이유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같은 프리미어리그에 뛰고 있음에도 대회에 나서는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등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