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최근에 터진 것이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과 기재부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다. 이미 적폐청산 과정에서 현직 검사와 전직 기무사령관이 자살한 데 이어 이번에 정부의 공기업 인사개입과 의문의 국채발행 정황을 폭로한 신 사무관은 자살의 문턱에서 구조됐다.
청와대 대변인은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DNA에는 민간사찰은 없다”라고 했다. 현 정부는 적폐로부터 자유롭다는 얘기이겠으나 최근의 폭로사태를 보며 이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자살하던 때를 연상케 한다. 당국의 적폐수사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예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정부는 반성 대신에 이들을 공무상기밀누설이나 개인비리범으로 몰아가기 급급하다.
특히 국익에 손해를 끼치거나 국정운용을 어렵게 할 정도의 기밀에나 적용돼야 할 공직상기밀누설죄를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되는 정보에까지 적용하려 드는 것도 이전 정부에서 쓰던 방식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이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단죄가 되풀이되어왔다. 적폐의 근절이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말해준다. 그런 과제를 같은 적폐를 행하는 세력이 청산하려고 든다면 적폐의 규모와 면역력만 키우게 된다.
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정치보복을 당했다며 복수의 칼을 간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적폐청산 악순환의 실체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하락은 최저임금 등에서 비롯된 경제실적의 부진 때문으로 설명된다. 경제는 부진하면 이내 체감되지만, 호전되더라도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분야다.
소득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도 소득 격차가 커지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소득이 줄었다고 인식하게 된다. 경제가 이전 정부 때보다 못한 터에 정치 또한 이전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현 정부의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다만 확실한 적폐를 확실하게 청산해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행정행위를 편향된 논리로 무리하게 적폐로 모는 것이나, 최소한 현 정부도 저지르고 있으면서 이전 정부의 것만을 적폐라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므로 중단돼야 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특히 경계할 것은 정부의 밥그릇 차지를 위한 공직인사개입 적폐이다. 두 사람의 폭로에 담긴 교훈이기도 하다.
엽관제도(Spoils System)하에서 내 사람 심기를 인정한다 해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몰아내는 것은 청산돼야 할 해묵은 적폐다. 새해의 국정운용기조는 경제살리기이다. 정치적으로는 역지사지이기를 바란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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