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력, 라이벌, PK 넘어야 우승컵 안을 수 있다”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개막 휘슬이 울렸다. 10일(한국시간) 현재 24개의 참가국이 모두 1경기씩을 치르며 탐색전을 펼쳤다. 1960년 이후 59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필리핀과 첫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승점 3점을 따내며 첫 단추를 뀄다. 그렇다면 우승까지 대표팀이 넘어야할 산은 무엇일까.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중국
필리핀과의 첫 경기를 치른 대표팀에게 키르기스스탄, 중국과의 조별리그 경기가 남아 있다. 당초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이 조별리그 상대로 결정됐을 당시 토너먼트 진출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표팀은 객관적 전력 면에서 3팀과는 확실히 우위에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은 껄끄러울 수 있는 팀이다. 역대 전적(18승 3무 2패)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흐름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3경기에서 대표팀은 중국을 상대로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승리를 기록했던 경기도 3-0으로 앞서가다 내리 2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마무리했다. 더 이상 승리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표팀 기둥 기성용은 1차전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이 나서는 두 메이저 대회인 월드컵과 아시안컵은 접근법이 다르다. 월드컵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아시안컵은 우승을 바라본다. 우승을 노리는 팀은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대표팀은 지난 3번의 아시안컵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해 총 6경기를 치렀다. 지난 호주 대회에서도 기성용, 손흥민 등 주요 선수들이 체력 저하를 호소한 바 있다.
규모가 확대된 이번 대회는 결승까지 1경기가 늘었다. 26일간 7경기를 치러야 한다. 3.7일 당 1경기를 치르는 꼴이다. 적절한 로테이션이 필수적이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도 조별리그 세번째 경기에서 5명의 새얼굴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부상 또한 피해야할 적이다. 대표팀은 본격적인 대회 일정 시작 전부터 공격수 나상호를 잃었다. 나상호의 빈자리는 이승우로 대체됐지만 더 이상의 교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기성용이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다. 이재성도 부상으로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서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의 대처는 이뤄질 수 있지만 자칫 일부 선수들의 과부하를 불러 올 수 있다. 부상에 대한 경계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지현 SPOTV 해설위원은 “단판 승부로 진행되는 토너먼트에서는 전력을 다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조별리그에서 결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체력관리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고를 누적으로 2회 받으면 다음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 때문에 카드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필리핀과의 첫 경기에서 김진수, 이용, 정우영 등 핵심자원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외나무다리서 만날 라이벌
46개 AFC 가입국 중 아시안컵 우승을 경험한 나라는 7개 국가(3회 대회 우승국 이스라엘은 AFC 탈퇴)다. 2000년대 이후로 시야를 좁히면 3개국만이 우승을 경험했다. 그만큼 강호와 약체의 전력 차가 다른 대륙에 비해 두드러지는 편이다.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이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이란, 일본, 호주 등 아시아 라이벌을 만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국을 비롯해 이란, 일본,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들을 넘어야만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다.
이번 대회의 분위기는 한국을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우선 토너먼트 대진이 호재다. 아시아 강팀 4개국이 조별리그 1위를 각각 차지하면 한국은 결승에 가서야 이들 중 한 팀을 만나게 된다.
아직 첫 경기만을 치렀지만 각 팀의 불안정한 사정도 한국에 긍정적이다. 호주는 간판스타 팀 케이힐의 은퇴, 핵심 선수 애런 무이의 부상으로 불안함 속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결국 요르단과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일본 또한 어수선함 속에 첫 경기를 치렀다. 약체 투르크메니스탄에 3-2 신승을 거뒀다.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친 공격력은 인상적이었지만 불안한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은 2010년대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혼다 다이스케, 카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하세베 마코토 등이 모두 빠졌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일본 대표팀의 전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고 있다.
다만, 이란만큼은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은 예멘을 상대로 5-0 대승을 이끌어 냈다. 아시아에서 가장 꾸준히 전력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란의 마지막 아시안컵 우승은 지난 1976년으로 기억이 흐릿해진지 오래다. 이에 이번 대회에 나서는 각오는 남다르다. 이란 체육부 장관이 대회 결과를 놓고 병역 면제를 제안해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윤 MBC SPORTS+ 해설위원은 “호주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일본도 과거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팀들이다”라며 “이란만큼은 공수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상승세가 무섭다. 확실히 우리에게 가장 껄끄러운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 호주가 불안하고 이란이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토너먼트는 다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페널티킥이 아킬레스건?
아시안컵과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페널티킥(PK) 능력도 중요하다. 우려스러운 점은 대한민국의 PK가 최근 불안함을 보였다는 점이다.
대표팀 PK 키커는 손흥민이 주로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9월과 10월 A매치 일정에서 PK 실축을 거듭했다. 다행히 이재성과 황의조가 리바운드 볼을 골로 연결하며 무마됐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마지막 PK 성공은 2017년 10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손흥민이 빠진 새해 첫날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선 기성용이 키커로 나섰다 실패했다. 그간 대표팀에서 PK 실축이 없었던 기성용이지만 이날만큼은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손흥민부터 기성용까지 A대표팀에서 3연속 PK 실축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경기 중 PK외에 토너먼트에선 승부차기 또한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승부차기에 발목을 잡혀왔다. 2011년 카타르,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 모두 승부차기에서 밀리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도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회를 치르다 보면 한 번의 고비는 온다. 골키퍼의 능력, 키커 순서 등 전략적으로 계산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생일날 합류 통보 받은 ‘행운의 사나이’ 이승우 지난 6일, 아시안컵 첫 경기를 코앞에 둔 대표팀은 기존 자원 나상호의 부상을 이유로 이승우를 대체 발탁 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첫 경기 6시간 전 까지 선수 명단 교체가 가능하다. 대표팀이 필리핀전을 치른 현재, 더 이상의 엔트리 교체는 불가능하다. 이승우는 ‘막차’를 탔다. 이승우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서 지난 9월 친선전 출전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11월 호주 원정에는 선발되지 못하며 대표팀과 다소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극적으로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행운을 안았다. 이날은 이승우의 생일이기도 했다. 나상호의 부상으로 대표팀에 대체 발탁된 이승우.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승우가 선택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벤투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승우의 경기 감각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승우가 활약 중인 이탈리아 세리에B는 시즌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리그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K리거 및 동아시아 리거들의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승우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승우는 최근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고 있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소속팀으로 돌아가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1월 말을 기점으로 반전을 맞았다. 매 경기 선발로 출전했고 2018년 마지막 경기에서는 골까지 맛보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승우의 능력이다. 이승우는 유럽에서도 공을 잘 다루기로 손에 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축구를 배웠다. 벤투 감독은 부상으로 빠졌던 나상호의 발탁 이유로 “밀집 수비를 펼치는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나상호가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나상호의 자리에 좁은 공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이승우를 선택한 것이다. 이승우는 앞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깜짝 발탁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후 아시안게임에도 합류하며 승승장구 했다. 아시안컵까지 나서며 주요 대회에 모두 참가하고 있는 이승우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