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100만 명 이상 폐업을 해 서민경제가 붕괴의 함정에 빠졌다. 정부는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해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폈다.
지난해 정부의 예산규모는 428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 대비 7.1% 증가한 금융위기 이후 최대 팽창이다. 정부는 친 노동정책을 펴 최저임금을 16.4% 올리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무위로 돌아가고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새해 우리경제는 어디로 가나?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이 불안하다. 조선, 철강, 자동차, 이동통신 등 주요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까지 위험하다. 이미 지난해 12월 수출이 전년 대비 1.2% 줄어 감소세를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은 금융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유출로 인해 작년 1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17%나 하락했다. 여기에 실업과 가계부채가 늘어 내수는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거품이 꺼져 자산소득을 떨어뜨리고 가계부채의 부도위험을 높여 경제불안을 가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당연히 새해 경제전망이 어둡다. 정부는 지난해 3%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새해에 2.6~2.7%로 낮추고 취업자 증가도 32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적게 잡았다. 민간연구소들의 경제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우리 경제가 지표상으로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 우선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소득주도성장의 핵심목표로 정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 예산으로 2017년 17조 원, 2018년 19조 원을 사용했다. 또 추경 14조 8000억 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을 추가로 투입해서 총 5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사용했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성장동력을 잃어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투입은 내수를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더욱이 새해에 정부는 469조 60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사용한다. 지난해 대비 9.5%나 증가한 사상최대 규모다.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새해에 체감경기와 관계없이 성장, 고용, 소비 등의 지표는 개선될 수 있다.
경제지표의 개선은 지난해 실적이 최악의 수준임을 고려할 때 기저효과가 클 전망이다.
실제로 경제방향을 결정할 열쇠를 가진 것은 정부다.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총 30조 원 규모의 공공 및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의 61%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은 경제불안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지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리는 정책전환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는 최저임금을 다시 10.9% 인상하고 주휴시간 8시간을 산정기간에 포함해 실질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 이상으로 올렸다. 사실상 경제 살리기 역주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들어 기자회견을 열고 신산업발굴과 혁신을 위해 규제개혁과 기업환경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울산 등 산업현장을 방문하는 행보도 시작했다.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정부는 먼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다음 규제철폐, 구조개혁, 노사개혁 등 산업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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