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김현중 일본 팬미팅 매진…다채널시대 ‘팬 맞춤형 활동’으로 워밍업
이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행보와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변모했다. 대중이 용서해주길 바라며 마냥 기다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여전한 지지를 보내는 강력한 팬덤을 믿고 과감히 복귀를 시도하는 이들이 늘었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던 과거를 뒤로하고 다채널 시대에 발맞춰 ‘팬 맞춤형 활동’에 초점을 맞춘 스타들의 복귀 프로젝트에 힘이 실린다.
# 여론은 못 넘었지만, 국경은 넘나든 팬덤
박유천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배우로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렇기 때문에 2016년 그가 연루된 성추문은 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연인과의 결혼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이어 파혼 소식까지 전해지며 이미지에 큰 생채기가 났다. 때문에 그가 대체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마친 후에도 “과연 복귀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박유천이 1월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김현중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4년부터 전 여자 친구의 임신, 폭행, 친자소송 등 굵직한 스캔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기간 내 군복무를 마쳤지만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기는 요원해 보였다.
그들에게는 돌파구가 있었다. 한류스타로서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던 두 사람은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일본 팬 미팅을 통해 시동을 걸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일본에서 열린 팬 미팅에서 매진을 기록하는 등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 정통한 연예 관계자들은 “예상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은다. 두 스타 모두 법적 공방을 벌였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도덕적 이미지 실추는 있는 반면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피해자라는 시선도 있었다. 결국 연예인의 사생활과 그들의 연예활동을 구분 짓는 편인 일본 시장은 두 스타의 스캔들을 그리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특히 연예인들에게 성직자 이상의 도덕적 결백을 강조하는 편”이라며 “일본 등 몇몇 시장은 이런 분위기가 덜한 편이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한류스타들에게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활동을 통해 워밍업을 마친 이들은 다시금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해외에서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한국인으로서 국내에 기반이 없으면 장기간 활동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무대를 점검하는 그들을 지지하는 주체 역시 팬덤이다. 복귀 관련 기사에 악플이 달리면 팬들은 연이어 지지 댓글을 달며 수호자를 자청한다.
몇몇 네티즌은 “그런 스캔들에 휘말렸는데도 좋아한다는 것이 이해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해 팬들은 “당신의 가족이 잘못을 저지른다면 내팽개칠 것인가”라고 되묻는다. 결국 팬들에게 스타는 가족 이상의 존재라 볼 수 있다. 좋을 때만 팬이 아니라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도 곁을 지키는 또 하나의 가족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팬들이 스타를 맹목적으로 좇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팬들이 스타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그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능동적 팬덤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복귀는 하되, 성공은 장담 못한다?
김현중은 지난해 10월 케이블채널 KBS W 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로 TV에 다시 얼굴을 비쳤다. 결과는 어땠을까. 시청률은 0.1% 수준이었다. 채널 인지도가 낮았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낙담할 정도의 성적표다.
KBS W 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 방송 화면 캡쳐
물의를 일으켰던 또 다른 스타의 사례를 살펴보자. 군복무를 위해 입소 후에 건강상의 문제로 전역 판정을 받아 이미지가 실추된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은 지난해 말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로 복귀했다.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을 뚫고 대중 곁으로 돌아왔으니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2∼3%를 전전하다 막을 내렸다.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휘말렸으나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지난해 말 종합편성채널 MBN 드라마 ‘설렘주의보’로 돌아온 윤은혜는 어땠을까. 이 드라마 역시 1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후 1%대 시청률에 머무르다 조용히 퇴장했다.
그들의 연기력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미지 실추에 따라 적잖은 대중이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외면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유명한 작가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성공 확률이 높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한 중견 외주제작사 대표는 “좋은 채널에 편성된 좋은 작품은 이미 다른 스타들이 다 채간다. 그런 작품의 제작진은 굳이 물의를 일으킨 스타를 기용하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며 “결국 상대적으로 배우 섭외에 난항을 겪는 작품들이 재기를 노리는 스타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모든 스타들에게는 복귀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사그라진 인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다채널 시대가 열려 복귀의 기회는 많아졌다지만, 몇 차례 시도에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서 더 이상 그들을 찾는 곳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요즘은 개인 방송을 비롯해 각종 SNS 창구가 활성화되면서 모든 대중과 만나지 않고 그들을 찾는 소수의 진성 팬들과 소통하면서 연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