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경제지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로 6년 만에 최저다. 실업률은 3.8%로 18년 만에 최고다. 특히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2.8%로 2000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최악이다. 결국 경제성장과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이 주어진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난의 주요요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다. 정부는 친 노동정책을 펴며 최저임금을 30%나 올리고 근로시간도 주당 52시간으로 줄였다. 경제 저변에서 빚으로 연명하는 소상공인과 중소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매출이 줄고 비용이 늘어 어쩔 수 없이 가족처럼 일하던 근로자를 내보내는 업체가 많다. 아예 자산을 정리해 빚잔치를 벌이고 자진 폐업하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전국 소상공인 폐업 건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결정해 기업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의 경영참여를 배제하는 조항을 정관에 넣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비록 소극적인 경영참여이지만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선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네이버 등 대기업을 포함하여 총 297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향후 국민연금이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참여를 확대할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는 현재 기업들이 부실화해 쓰러지는 구조적 위험에 처했다. 국민연금이 기업활동을 저해하면 경제가 심각한 상황을 맞는다.
산업을 다시 일으켜 먹고 살 것을 찾는 것이 우리 경제의 우선적인 과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고 규제개혁, 노동개혁, 조세개혁 등을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 기업의 탈법이나 위법은 공정경제 원칙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참여에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수익률을 높이고 위험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상황이 엄중하다고 진단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시장을 이끄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간섭도, 규제도 하지 않을 것이며 혁신하는 기업을 돕고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근본적인 기업 살리기 정책이 필요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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