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 ||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노 사장은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이사, 현대건설 경영전략팀 부사장,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줄곧 MH와 같은 행보를 걸었다. 특히 노 사장의 현대상선 사장 발탁이 채권단의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대주주인 MH의 묵시적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두 사람간의 갈등설은 지난 2002년 9월 현대상선 사장에 발탁된 노 사장 측이 취임 이후 사내 경영인맥을 자신의 측근들로 전격 배치하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는 게 현대그룹 안팎의 분석. 지난 12월16일 현대상선 해외 주재원 인사에서 그동안 현대상선의 자금관리를 맡아왔던 박재영 전무를 미주본부장으로 발령낸 부분은 대표적인 실례.
MH의 핵심 중 핵심으로 꼽혀온 박 전무는 현대상선의 핵심부서인 회계, 자재, 총무, 정보기술 부문을 담당하면서 사실상 안살림을 모두 챙겨온 인물. 일부에서는 그를 MH의 재산관리인으로 부를 정도였다. 박 전무에 대한 인사가 났을 당시 외부의 반응은 “문제가 있는 MH 측근 인사의 미국 빼돌리기”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런 시각은 박 전무가 현재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는 현대상선 4억달러 대북지원설과 관련해 직접 연관 부서인 대북송금 담당부문을 맡고 있기 때문.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박 전무를 미국 지사로 발령을 낸 것은 문제가 될 성싶은 인사를 사전에 봉합해 버리자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내막은 전혀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이 MH의 경영공백을 이용해 재산관리인 격인 박 전무를 회사 내에서 축출하고, 자신의 친위세력을 핵심 부서인 자금부 등에 배치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는 박 전무에 대한 인사발령을 낸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 사장이 “더이상 (MH가 이끄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노 사장의 이 말은 현대상선이 더이상 MH의 ‘봉’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노 사장은 MH의 경영복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 의장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고 퉁명스럽게 밝혀 그가 내면적으로 MH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경영난을 겪었던 현대상선이 향후 해운업 등 주력 업무에만 힘을 쏟겠다는 뜻”이라며 “정 의장과 노 사장의 갈등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노정익 사장과 MH의 갈등이 사실이라면 현대상선 복귀를 통해 자연스럽게 재기를 노리던 MH로서는 새로운 장벽에 부닥친 셈이다.
한편 MH는 현대상선과의 갈등을 의식한 듯 현대상선이 아닌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자신의 경영복귀를 순탄하게 이뤄내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MH의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는 그의 장모 김문희씨가 전체 지분의 18.57%를 보유중이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MH의 계열사 중에서 현대상선을 대신해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 MH의 이런 선택의 이면에는 노정익 사장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