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저음의 바리톤, 몸을 적절히 써가며 테너 영역 음역 정복
2019 나훈아 청춘어게인 콘서트 공식 포스터.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아와 반겨주겠지.” ‘고향역’
“머나먼 남쪽 하늘아래 그리운 고향. (생략) 한 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생략)” ‘머나먼 고향’
“대동강아 내가 왔다. 울밀대야 내가 왔다.” ‘대동강 편지’
실향의 슬픔과 절절한 고향의 그리움을 담은 가사에 맛깔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TV 화면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치 공연 현장에서 흠뻑 젖은 그의 땀내를 맡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나훈아는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로 유명했다. 노래 중간 관중석을 노려본다거나 노래가 끝날 때면 옆구리에 팔짱을 끼고 윗니와 아랫니를 살며시 깨물고 싱긋이 드러내면서 뇌쇄적인 웃음 등은 청중을 웃기고 울리기에 필요 충분한 것이었다.
필자가 나훈아의 팬이 된 계기는 이러하다. 필자는 초등학생 꼬꼬마 시절 부곡 하와이란 곳에 놀러 갔을 때 마침 초대가수로 나와 공연하는 나훈아의 실제 모습을 처음 볼 수 있었다. 현장에 있던 연배가 있는 여성들은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리저리 쓰러지며 열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 아이돌그룹 무대 이상으로 나훈아 열창에 반응하는 무대는 끓고 있었다. 어리 나이에도 “저음이 정말 부드럽다. 그런데 고음에서는 소리를 어~ 어~ 하면서 꺾는 소리를 내지?”하는 생각을 했다.
나훈아의 성역은 의심할 것 없는 바리톤이다. 그럼에도 그는 테너가 부를 수 있는 음역을 소화해내기 위해 자신만의 특유한 창법을 동원한다. 그 비법이 바로 ‘우라까이’ 또는 ‘꺾기’ 창법이다.
나훈아가 노래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중간중간 머리, 어깨와 허리, 다리와 심지어 무릎까지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꺾기 창법의 비밀이다. 이러한 동작을 통해 노래 반주와 어우러지면 나훈아는 천재적인 리듬감과 고음까지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악에서는 일정 수준의 고음이 되면 성구를 전환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를 성악의 본고장인 이태리어로 ‘파사지오’라고 한다. 바리톤은 흔히 D#이나 E부터 파사지오를 쓰는데 나훈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응용해 자신만의 고음내기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나훈아는 프로 의식까지 하늘을 찔렀다. 2007년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저술한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선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일가가 개인적 파티에서 공연을 요청했을 때 나훈아는 당당하게 거절했다고 나온다. 나훈아는 당시 삼성 측에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고 했단다.
나훈아가 지난해와 올해 오랜 활동 중단을 끝내고 콘서트로 돌아온다. 그가 예전처럼 명절 때마다 방송에 출연해 무대를 휘어잡는 빛나는 그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