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김범수, 이태양(KIA 타이거즈), 한승혁(KT 위즈), 배동현(키움 히어로즈)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바로 이전 팀이 한화 이글스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마다의 이적 사연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 소속이었던 이태양은 2차 드래프트로 KIA로 이적,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김범수는 11년을 한화에서만 뛴 좌완 투수였다. 지난 FA 시장에서 두 달가량 기다린 끝에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태양은 2025시즌 퓨처스에서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했지만 1군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배동현도 2025년 2차 드래프트 3라운드에 키움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한승혁은 한화가 강백호를 FA로 영입 후 보호 선수 20인 명단에 못 들어가면서 KT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겨울 독수리 둥지를 떠난 이적생들은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이들은 새로운 팀에서 보란 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KIA 유니폼을 입은 이태양은 10경기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4월 29일 현재). KIA 팬들에게 이태양의 존재는 ‘굴러온 복덩이’다. FA도 트레이드도 아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이태양은 특정 보직이 아닌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전천후 투수다. 선발을 경험했던 터라 이닝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이태양은 KIA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에 대해 “1군에서 던질 수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답했다.
“한화 있을 때랑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공도 좋아지고, 구속이 더 올랐다. 아마 환경이 바뀌면서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시즌 초반임에도 이태양은 최고 구속 147km/h를 찍었다. 초반에 너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살짝 불안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태양에게 그동안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를 물었다.
“작년에 퓨처스에 있으면서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병행했다. 원래 그 운동을 하지 않다가 지면 반력을 이용해 공을 던지는 방식을 느끼고 싶었고, 그러려면 디딤발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로 하체의 힘을 키웠다. 그러면서 몸에 힘이 붙은 것 같다.”
이태양은 퓨처스에 있는 동안 투구폼에도 약간의 변화를 줬다고 한다. 원래는 와인드업할 때 왼 다리를 높이 들어 키킹했는데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한화 시절 라이언 와이스의 피칭 동작을 보고 왼 다리의 높이를 낮췄다는 것.
“투수가 다리를 높이 드는 건 그 힘을 모아 공이 가는 방향에 전달하는 건데 다리를 높이 들어도 전달이 안 된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을 할 때 (노)경은 형이 도와줬다. 작년 6월에 답답한 마음에 경은 형이랑 자주 통화했는데 형이 조심스럽게 투구폼에 변화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와이스랑 야마모토 피칭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주셨다. 그걸 보고 참고해서 연습했고, 내가 던지는 모습을 촬영해 경은 형과 보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후 서산에서 코치님들과 수정 보완을 해나갔는데 코치님들도 바뀐 투구폼이 더 낫다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을 갖고 연습했다.”
덕분에 이태양의 딜리버리 동작이 빠르고 간결해졌다.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에 힘을 싣게 되면서 구속도 올라갔다.
프로 17년 차인 이태양은 아무리 조언을 많이 해주고, 좋은 영상들과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그걸 하는 행위자는 선수라고 강조한다.
“선수가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나는 퓨처스에 있는 동안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간절했고, 그래서 변화의 방법을 찾아갔는데 경은 형이 큰 도움을 주신 것이다. 지금도 경은 형과 자주 연락하는데 요즘 내 투구폼을 보면 정말 좋다고, 이대로 아프지 말고 잘 던지라고 응원을 보내주셨다. 선수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잘 안될 때는 자신의 루틴을 내려놓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KT 팬들은 올 시즌 필승조에서 활약 중인 한승혁을 향해 ‘역대급 보상 선수’라고 부른다. FA 강백호의 한화행에 따른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한승혁은 KT의 선택을 받았고,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이다. 비록 4월 28일 LG전에서 ⅔이닝 2실점(2자책) 1볼넷 1탈삼진으로 1.93이던 평균자책점이 3.07로 뛰었지만 파이어볼러 한승혁이 있는 KT 마운드는 훨씬 탄탄해 보인다.
한승혁은 올 시즌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개막전 출발이 꼬이면서(3월 28일 LG전 ⅔이닝 4피안타 2실점(2자책)) 흔들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고, 계속 준비를 잘하려고 노력했던 점들이 점차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
한승혁은 강백호와 한화의 FA 계약이 발표됐을 때 혼자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작성해봤다고 고백한다. A등급인 FA 선수를 영입하게 되면 그 팀은 연봉 200%와 상대 팀에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하는데 한화는 고심 끝에 한승혁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강백호의 이적 소식을 듣고 혼자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짜봤다. 선수들과도 누가 묶이고, 누가 안 묶이게 될지 장난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때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20인 명단에 들지 않았고, KT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게 맞나’ 싶어 조금 멍했던 것 같다.”
한승혁은 당시 손혁 단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순간적으로 ‘아 나구나’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KT 유니폼을 입은 한승혁은 3월 31일 대전 한화 경기에 등판했다. 이적 후 처음으로 한화 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승혁은 1이닝 1탈삼진 1홀드를 올렸다. 공교롭게 삼진을 잡은 상대가 강백호였다.
“그때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한화 상대로 첫 타자가 강백호라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재미있었다.”
한승혁은 2022시즌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1군 안착에 실패했고,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2024년과 2025년 2시즌 연속 70경기에 출전하며 한화 불펜을 지켰고, 2025시즌에는 71경기 3승 3패 3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사실 성적이 안 좋았을 때도 뭔가가 조금 안 풀린다고만 생각했지만 계속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단 그런 자신감이 경기 내용으로 나타나질 않아 조금 위축된 점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어느 순간 물꼬가 터지면서 경기에 나서는 게 편해졌다. 그런 점들이 쌓여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승혁은 KT에서 투수로 더 진화를 거듭했다. 고영표, 우규민, 박영현 등을 통해 자신의 투구를 점검하고 보완해 나간다고 한다. 파이어볼러 한승혁에서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등의 비중을 늘리며 제구도 되는 한승혁으로 변화를 이뤘다.
“KBO리그 타자들의 직구 대응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연차가 쌓이면서 내가 갖고 있는 직구의 힘이 이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으려고 노력했다. 구종이 단순하지 않고 다채로워지면서 투구 패턴을 바뀐 게 도움이 되고 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KIA에 지명됐던 한승혁은 올 시즌을 마치고 프로 데뷔 16년 만에 첫 FA 자격을 얻는다.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이 평탄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돌이켜보면 평탄했던 적이 없었다. 주위에선 복에 겨운 소리라고 말하겠지만 프로 데뷔후 나름 목표를 세우고 왔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이룬 게 없다. 다행히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그 과정 중이라서 이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고 간절해지는 것 같다. FA는 내가 버텨온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본다.”
"3000만 원 짜리 외인 타자 쓰는 격" 최지만 드래프트 참가에 쏠리는 관심
메이저리거 출신 최지만(35)이 KBO 퓨처스리그 울산 웨일즈에 전격 합류했다. 최지만은 4월 27일 울산 웨일즈의 홈 구장인 문수야구장에서 입단 계약 및 입단식을 갖고 한국프로야구에 첫발을 내디뎠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최지만이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예고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2024년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 A 팀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귀국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한 최지만은 무릎 상태가 악화돼 병무청 재검 절차후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고 전역해 최근까지 재활에 전념해 왔다.
최지만은 KBO 해외파 규정에 따른 2년 유예 기간이 5월에 만료됨에 따라 오는 9월 예정인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퓨처스리그 신생 팀인 울산 웨일즈는 해외 진출 후 국내 프로야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해외파 규정과 상관없이 최지만을 영입할 수 있었다. 최지만은 울산 웨일즈에서 실전 감각을 키운 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만의 신인 드래프트 참가는 KBO리그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고교 유망주와 대학 선수들 위주의 신인 드래프트에 전직 메이저리거 출신의 등장은 엄청난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에서는 KBO리그 스카우트 팀장들에게 최지만의 드래프트 참가와 최지만이 과연 몇 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상을 물었다. A 스카우트 팀장은 최지만의 지명 순위가 1라운드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포 1루수가 필요한 팀들은 빠르게 최지만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따진다면 2라운드가 아닌 1라운드에서 최지만을 뽑을 수도 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유망주들을 살펴보면 예전에 비해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대어급’들이 많지 않다. 손에 꼽는 유망주들이 앞에서 빠진다면 1라운드 중반 이후의 팀들은 충분히 최지만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신인 드래프트 순위는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이번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는 키움-두산-KIA-롯데-KT-NC-삼성-SSG-한화-LG 순이다.
또 다른 B 팀장은 내년 만 36세가 되는 최지만의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삼성의 강민호, 최형우도 마흔 살 넘어서도 잘 하지 않나. 최지만의 36세 나이가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다. 최지만이 신인 드래프트로 입단하면 신인 연봉 3000만 원을 받는다. 그 금액으로 외국인 타자 한 명을 영입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면 최고의 투자 아닌가.”
C 팀장은 최지만이 상위 라운드에 지명되려면 울산 웨일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팀들이 최지만이 한국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한국의 야구 문화, 야구장 적응, 팀워크, 실전 감각 등 모든 걸 체크할 텐데 최지만이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신인 드래프트에서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최지만이 울산 웨일즈를 택한 건 경기 감각을 키우는데 최고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D 팀장은 최지만이 무릎 통증으로 3개월 만에 전역 판정을 받았는데 그런 선수가 퓨처스 경기에 나서고 이후 KBO리그에서 활약한다면 팬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선수의 품위와 도덕성을 강조하는 KBO리그에서 최지만의 사례가 어떤 여론으로 확장될지 걱정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편 최지만은 울산 웨일즈 입단식에서 신인 드래프트와 관련해 “드래프트 순번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건 건강과 성적”이라는 담백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