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집착 내려놓고 완성도 높여 ‘커리어 2막’…시즌 종료 후 FA “버텨온 시간에 대한 작은 보상”
보상 선수 지명 당시만 해도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한승혁은 “멍한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한화 시절 동료들과 장난삼아 보호 명단을 짜볼 정도로 여유를 보였지만, 정작 본인이 명단에서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갑작스러운 이적이었지만, 이강철 감독의 첫 통화는 인상적이었다.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섭섭함은 없는지 먼저 묻는 배려가 이어졌고, 이는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이적 이후 성적은 확연히 달라졌다. 개막 초반 흐름이 다소 꼬이는 듯했지만, 준비한 루틴을 꾸준히 유지한 결과 4월 27일 기준 12경기 1실점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했다.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투구 스타일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파이어볼러’ 이미지에서 벗어나, 포크볼·슬라이더·커브 등 변화구 비중을 크게 늘렸다. 구속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제구와 타자 대응에 집중하면서 투구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KBO 리그 전반에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역시 한승혁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이득을 보고 있는 투수 중 하나”라고 인정할 정도다.
팀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KT 마운드는 볼넷이 적고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한승혁 역시 불필요한 볼넷을 줄이고 결과 중심의 피칭에 집중하게 됐다. 개인의 변화와 팀 색깔이 맞물리며 상승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한승혁에게 이번 시즌은 단순한 ‘반짝 활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1년 1라운드 지명 이후 기대와 부침을 반복했던 시간들. 그는 “이제야 조금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매 경기를 간절하게 대하는 이유다. 배구 선수 출신 아버지 한장석의 조언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몸의 밸런스와 움직임에 대한 대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한승혁. 그는 이를 “버텨온 시간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표현했다. 화려한 선언 대신, 남은 시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 ‘보상’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요한 PD pd_yo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