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대상경주선 순간 스피드 좋은 추입마 유리…실버울프 치열한 선두권 경합 역이용 역전승
3월 17일 열린 서울마주협회장배(1200m․GⅢ) 대상경주에서 실버울프(7세․암말)가 우승했다. 사진은 2014년 열린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 사진=한국마사회
출전마 대부분이 무난한 출발을 보인 가운데, 예상대로 가온챔프와 파노라마가 선두에 나섰다. 그 뒤를 파랑주의보와 신의명령이 따랐고, 청담도끼와 마스크는 중위권에서, 실버울프는 후미권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4코너까지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졌고, 직선주로에 접어들면서 모든 마필들이 시동을 걸며 전력승부에 나섰다.
직선주로에서 막판 탄력적인 추입력을 발휘한 실버울프가 역전에 성공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역시 막판 추입력 발휘한 김용근의 마스크가 2위로 골인했다. 가온챔프와 함께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펼쳤던 파노라마가 의외로 버티며 3위를 기록했다.
인기 1위 청담도끼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도 5위에 그치고 말았는데, 필자가 분석해본 결과 패인은 경주거리에 있었다. 30년 넘게 경마를 해오며 느낀 점은 단거리 대상경주에서는 순간 스피드가 좋은 추입마가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거리 대상경주는 발 빠른 마필이 대거 출전함에 따라 초반 페이스가 엄청나게 빠르다. 따라서 치열한 경합 끝에 막판에 순간 스피드 좋은 추입마가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실버울프가 대표적인 경우다. 실버울프는 장거리도 잘 뛰지만, 특히 단거리에 대상경주에 특화된 마필이다. 그동안 뚝섬배, 문화일보배, 부산일보배 등 단거리 대상경주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전력이 있는데, 모든 경주가 치열한 선두권 경합을 역이용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경우였다.
청담도끼는 순간 스피드로 뛰는 마필이 아니다. 정반대로 전 구간을 꾸준히 뛰는 스태미나 형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우승했던 대상경주를 돌이켜볼 때 모두 장거리였다. 장거리 경주임에도 초반부터 선두에 나선 후, 막판에도 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상대마들의 추격을 뿌리치곤 했었다.
경주 전에 안토니오 기수가 마사회와의 인터뷰에서도 경주거리가 유일한 변수라고 말했다. 리카디 조교사나 안토니오 기수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마필의 타고난 습성은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청담도끼는 최단거리 대상경주인 마주협회장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단거리 대상경주는 자제하고, 1800m 이상 장거리 대상경주에 전념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우승을 차지한 실버울프는 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최근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동아일보배에 이어 대상경주 2연승을 기록했는데, 최근에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위를 기록한 마스크는 직전 세계일보배 우승에 이어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4세마로 올해가 전성기라 볼 수 있고, 아직도 전력향상의 여지가 남아 있어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