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등장하는 주·조연들과 친분 자랑…“마약 같이 했다” 폭로도
‘재벌 3세’ ‘파워 블로거’ ‘박유천의 그녀’ 등으로 알려진 SNS 인플루언서 황하나 씨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황하나 씨 인스타그램
#‘남양유업 외손녀?’ 사실은 ‘집안 골칫덩이’
황하나 씨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 홍두영 전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홍 전 회장은 3남 2녀를 두었고, 이 가운데 막내딸인 영혜 씨(58)가 황하나 씨의 어머니다. 황하나 씨의 범죄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도 그는 ‘남양유업 3세’라는 이름으로 ‘럭셔리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남양유업 측은 황하나 씨와 회사 간 관계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황하나 씨는 물론, 그 가족들조차 남양유업에 어떤 지분도 없으며, 남양유업 역시 이들과 관련이 없다”는 게 남양유업 측의 입장이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의 장남인 홍원식 현 회장 외의 다른 형제들은 광고 일감을 제외하면 남양유업의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막내인 영혜 씨는 2005년까지 남양유업의 주식 0.45%(3208주)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2005년 초 2612주를 매도하고 이후에 남은 지분까지 모두 넘기면서 2019년 현재 기준으로 남양유업의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다.
장부상으로 보이는 수치 외에도 남양유업은 황하나 씨의 가족과 완전히 선을 긋는 분위기다. 황 씨를 잘 안다는 한 지인은 기자에게 “황하나가 ‘남양유업’을 팔 때는 자기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뿐”이라며 “실제로는 그쪽 친인척들과 연락도 잘 안 하고 그 쪽에서도 사람 취급 안 하는 걸로 안다. 황하나가 자기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가족사진들은 모두 아버지 쪽 친척뿐”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4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황하나 씨. 사진=연합뉴스
황하나 씨의 어머니도 딸의 ‘사고’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영혜 씨는 황하나 씨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계속 이어지던 2015년 초 딸에게 ‘SNS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황하나 씨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다른 SNS를 개설해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지인은 “딸이 하도 사고를 치고 다니니까 SNS에 본인 사진도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올리더라. 어머니에겐 ‘남양유업 창업주 딸’이라는 브랜드가 있으니까 그걸 이용해 팔로어들에게 과시하는 것”이라며 “2015년 말에 황하나가 필로폰 사건 때문에 어머니와 심하게 다퉜던 것으로 안다. 이제까지 딸 사건사고 뒤처리를 어머니가 다 했는데 이제는 감당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유천의 그녀’ 황하나를 둘러싼 인물들
황하나 씨는 마약 사범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여지기 전까지 ‘박유천의 그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6년 6월, JYJ 멤버 겸 배우 박유천(33)이 유흥업소 여종업원 성폭행 혐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의 곁을 지켜준 게 바로 황하나 씨였다. 잘 어울것 같았던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경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황하나 씨의 지인은 ‘일요신문’에 “먼저 접근한 게 황하나다. 원래부터 박유천을 많이 좋아했었고, 자기 이상형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며 “2014년 즈음에 한참 황하나가 연예인들을 다수 만나고 다녔는데 박유천과의 인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 ‘박유천 사건’ 터지면서 이들의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황하나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연예인들과의 사진. 씨엔블루의 전 멤버 이종현(왼쪽)과 FT아일랜드의 전 멤버 최종훈(오른쪽)이 보인다.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확인 결과 황하나 씨와 친분을 다졌거나, 황 씨가 스스로 친분이 있다고 밝힌 스타들은 다음과 같다. FT아일랜드 이홍기, 최종훈(전 멤버), 씨엔블루 이종현, 슈퍼주니어 김희철, 소녀시대 효연, 그리고 빅뱅의 전 멤버 승리다. 황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에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의 사진을 올리는 것을 즐겼고, 이 탓에 블로그를 폐쇄한 현재까지도 사진을 입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황하나 씨의 ‘스타 콜렉션’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승리와 최종훈, 그리고 이종현이다. ‘승리 게이트’에 등장하는 주·조연인 이들은 넘쳐 나는 각종 혐의 중에서도 ‘불법 영상물 촬영 및 유포’ 혐의를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과 친분을 쌓아온 황하나 씨도 지인들의 성관계 영상을 입수, 유포했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황하나 씨 사건도 승리 게이트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황 씨는 자신이 친분을 자랑했던 연예인들 가운데 이들과 가장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들끓고 있다.
#황하나와 ‘버닝썬 게이트’의 연결고리
황하나 씨의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비단 연예인들 뿐이 아니다. 황 씨가 이들 외에도 ‘버닝썬 게이트’를 둘러싼 주요 인물들과 돈독한 친분을 자랑해 왔기 때문이다.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와 그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버닝썬 MD 조 아무개 씨가 대표적이다.
조 씨는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사위 이 아무개 씨(42)에게 마약을 판매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3년부터 6년 간 마약 유통, 투약 등 혐의로 4차례나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현재 ‘버닝썬 게이트’에서도 마약 공급 및 투약 등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황하나 씨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전 연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진=일요신문DB
황하나 씨는 ‘클럽 아레나’ 시절부터 이들과 친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호 공동대표와 조 씨는 모두 아레나에서 테이블 파티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영업팀 ‘펄스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다. 이후 이들이 승리와 버닝썬을 설립하면서 황 씨의 무대도 자연스럽게 버닝썬으로 옮겨졌다.
황하나 씨는 버닝썬에서 1억 원 상당의 ‘만수르 세트’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떨쳤던 이른바 ‘헤미넴’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00만 원 상당의 원피스를 갖고 싶어서 ‘반 만 내달라’고 했더니 바로 (돈을) 내줬다”며 헤미넴의 부를 홍보한 것 역시 황 씨였다.
이후 ‘버닝썬 오프닝 파티’ 등에 참석해 승리, 이문호 등과의 친분을 자랑하던 황하나 씨는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관계자들이 하나 둘 입건되자 SNS에 올렸던 버닝썬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9월 ‘필로폰 제공·투약’ 사건에서 황하나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인물 가운데 이문호 공동대표의 여자친구도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마약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과연, 이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황하나 씨와 버닝썬 내 마약 매매 의혹 등의 연결 고리가 포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