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약대로 뽑을 경우 공무원 증원은 2022년까지 총 17만 4000명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향후 30년간 지급해야 할 급여가 300조 원 이상 증가하고 퇴직 후 받는 연금도 100조 원 가까이 추가로 발생한다. 경제가 침체하여 성장률이 떨어지고 세수가 감소할 경우 나라가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처럼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늘어 경제가 불안하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가계부채는 1534조 6000억 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6.1%에 달한다. 가계부채의 질도 나쁘다. 소득대비 가계대출이 300% 이상인 채무자가 21.9%다. 5명 중 1명꼴로 빚부담이 과다하다. 당연히 상환능력이 떨어진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8년 말 162.7%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 고용부진, 소득격차의 3대 악재가 가계부채의 연쇄부도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에 불과하고 실업률은 3.8%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하위 20%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1년 전에 비해 37%나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 경기상황에 대해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KD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판매와 전 산업생산이 1년 전보다 각각 2.0%, 1.4% 감소했다. 특히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설비투자는 26.9%나 감소하여 급락세를 보였다. 현 추세로 갈 경우 올해 우리 경제는 2%대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까지 낮췄다. 우리 경제는 주력산업이 부실해 성장동력이 꺼지는 구조적 위기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부실한 경제에 국민세금을 투입해 거꾸로 경제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정책을 펴지 않으면 정부의 무모한 재정팽창은 경제실패와 정부실패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이 국내 신산업의 혁신역량이 중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놨다. 9개 신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중국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지능형 반도체, 실감형 콘텐츠, 지능형 로봇, 바이오 헬스 등 6개분야에서 한국을 앞선다. 반면 한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 가전, 이차전지 등 3개 분야에서만 중국을 앞선다.
현 추세로 갈 경우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에 밀려 국제경쟁력을 완전히 잃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대 최대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47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6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예정이다.
경제가 세금 먹는 하마로 변해 재정낭비→경제부실→세수감소→국가부채 증가의 연쇄작용을 낳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가 부실해져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 등 경쟁국에 앞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경제를 살리고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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