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보고서를 통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박영수 특검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돌이켜 보게 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를 다룬 두 특검의 수사 결과는 탄핵의 성공과 실패라는 상반된 결과를 낳은 것 외에도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 근본적인 차이는 두 나라 특검제도와 국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필자에겐 수사절차의 정당성 문제가 가장 두드러져 보였다. 뮬러 특검은 2017년 5월에 시작해 22개월 만에 보고서가 나왔다. 그 기간 동안 2800건의 소환장, 500여 건의 수색영장을 발부했고, 34명의 개인과 3개 기업을 기소했다.
박영수 특검은 2016년 11월 시작해 20일의 준비기간을 포함 90일 동안 수사를 벌여 1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재판에 회부했다. 수사기록만 10만 쪽이 넘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올린 것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능력을 칭찬하는 소리보다는, 졸속수사의 표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뮬러 특별검사는 임명 직후 직무 수락 기자회견을 한 번 가진 외에 수사 기간 내내 언론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법무장관에게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뮬러 특검의 소환장 발부나 수색영장발부도 집행 후 수일 또는 수개월 뒤에 언론에 공개됐다.
반면 박영수 특검은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듯 매일 언론 브리핑을 했다. 박 특검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기회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흘리는 자리로 이용했다. 영장 집행 현장은 기자들이 먼저 알고 자리를 차지했다.
긴급을 요하는 강력사건 수사라도 하고 있는 양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뇌물죄 공범임을 99% 확신한다”거나 “유죄의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등의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 위법도 서슴지 않았다.
두 특검의 수사내용을 보도하는 두 나라 언론들의 양태에도 차이는 컸다. 미국의 언론들에도 추측보도가 없지는 않았으나 백악관이나 의회의 소식통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대부분 나중에 뮬러 특검의 공식 발표나 법정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들이었다.
그에 비해 한국 언론의 특검 수사보도에는 사실에 근거한 의혹제기보다 선정적인 가짜 뉴스가 판을 쳤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청와대 굿판설’, ‘밀회설’, ‘성형수술설’ 등은 언론역사에 수치로 기록될 만한 것이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검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특검이다. 미국에서도 특검은 시간과 돈의 낭비라는 비판이 있다. 뮬러 특검에 대해서도 야당인 민주당은 유무죄의 경계를 애매하게 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뮬러 수사보고 내용에 대다수 미국인들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가 사심 없이 수사를 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고, 그 같은 믿음은 수사 전 과정에서 뮬러 특검이 보여준 절제된 처신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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