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m는 한계에 가까운 거리…추입마라도 막판 힘 쏟아붓기 어려워
사진=한국마사회
대상경주나 특별경주가 없었던 가운데, 오랜만에 최장거리로 펼쳐진 1군 경주가 관심을 끌었다. 2300m로 펼쳐진 서울에서는 편하게 선행나선 나스카프린스가 4마신 차 낙승을 기록했고, 2200m로 펼쳐진 부산에서는 선입전개를 펼쳤던 백문백답이 10마신의 큰 차로 압승을 거뒀다. 필자는 당일 현장예상에서 나스카프린스와 백문백답을 강력한 축마로 추천한 바 있다. 최장거리경주는 전 구간을 꾸준하게 뛰는 마필이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헤럴드경제배 다시보기에서 밝혔듯이 장거리는 청담도끼 같은 스태미나형 마필이 매우 유리하다. 대부분의 경마 팬은 거리가 늘수록 추입마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2300m(부산 2200m)는 예외라고 본다. 일단 능력상 앞서있는 말 중에서, 선행 또는 선입으로 전개하는 마필이 유리하다. 대부분의 추입마는 쫓아오다 지치는 경우가 많다. 1800이나 2000m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힘을 비축했다가 막판 직선주로에서 힘을 쏟아부어 역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2300m는 경주마로서는 거의 한계에 가까운 거리다. 힘을 아꼈다가 막판에 쏟아 붓는 자체가 버겁다는 뜻이다. 따라서 초반에 무리한 경합을 피한다는 조건에서는 앞 선에서 전개하는 마필이 그만큼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기수 부문에서는 먼로의 활약이 돋보였다. 13회 출전에 3승과 2위 3회를 기록했는데, 먼로가 입상한 6번의 경주가 모두 10배 이상의 배당이 나왔다. 특히 토요 9경주에서는 인기순위 8위였던 슈퍼도끼로 2위를 기록해 복승식 129.0배의 999를 터트리기도 했다.
4월 27일 경주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는데, 필자가 최근 2주간(4월 27일~5월 7일)의 성적을 조사해본 결과 총 26회 출전에 우승 5회, 준우승 7회를 기록했다. 복승률이 무려 46.2%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경주에서 2위내 입상을 일궈냈다. 문세영 기수(30전 8승 2위 6회, 복승률 46.7%)와 거의 같은 기록을 보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이다.
먼로는 지난 2월 1일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해 별 볼일 없는 용병 취급을 받았다. 2월 1일부터 4월 21일까지 총 82회 기승해서 3승, 2위 4회로 복승률 8.5%의 부진한 성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2주간의 결과는 이 기수를 다시 평가해야 될 만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한국경마 환경에 적응을 못해 부진했다가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을 마쳤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측된다. 만 52세로 체력적인 면에서 우려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노련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당분간 먼로 기수를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