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국내투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설비 투자는 전분기 대비 -10.8% 감소해 외화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악이다. 국내산업이 공동화하고 있다는 적신호다.
우리경제는 2017년 4분기에 –0.2%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분기 다시 -0.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현추세로 가면 산업기반이 무너져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산업은 사양화 길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는 구조조정과 자금지원을 서둘러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4대강 정비 등 토목사업에 치중했다.
이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시장 부양을 주요정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경제가 거품에 들뜨고 해운, 조선, 철강, 전자 등 주력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산업기반이 부실한 상태에서 법인세 인상,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펴자 경제환경이 악화해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늘고 있다.
해외경제는 호조를 보이는데 우리나라 수출이 줄고 있다. 우리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분기 양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3.2%와 6.4%의 성장률을 기록해 예상을 넘었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떨어져 50년 만에 최저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해외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연속 5개월째 감소세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성장률을 기록하고 수출이 감소하자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1105원선을 기록했던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이달 들어 1180원선에 육박한다. 더욱이 미중 무역전쟁의 공포로 인한 경제불안이 크다. 문제는 외국투자자들이 대거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여 금융시장 불안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자본 유출의 악재가 겹쳐 산업공동화를 가속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외환위기를 야기하고 경제의 부도위험을 높인다.
산업발전과 경제회복을 위해 기업환경개선이 절실하다. 정부는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있다. 사실상 거품정책이다. 올해 정부의 예산 규모는 총 470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 비해 9.5%나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6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내놨다. 정부는 예산을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저소득층 지원, 복지확대 등에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24조 원의 지역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48조 원의 생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의 정책까지 꺼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출범 이후 계속적인 재정팽창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정부정책이 잘못이라는 뜻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극적인 산업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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