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요금 1년째 밀리고 집 수차례 압류 흔적…주민들 “부인이 밭일·화장품·보험 등으로 생계 꾸려”
사진 출처 =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페이스북
유승현 씨는 지난 5월 15일 오후 4시 57분쯤 경기 김포시 자택에서 술을 마시고 부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119구조대에 전화해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자택 안방에서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멍이 든 아내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그리고 유 씨는 자수했다. 사건 현장에선 깨진 소주병과 혈흔이 묻는 골프채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유 씨가 아내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였고 화가 난 유 씨가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사망할 줄 몰랐다” 등의 진술로 살해 의도가 없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경찰은 우선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날 사고는 술자리에서의 말다툼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유 씨는 “성격 차이를 비롯해 ‘평소 감정이 많이 쌓여’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들 부부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이런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일까. 가해자와 피해자만 존재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의 경우 오로지 가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진술이 불가능한 데다 목격자도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기 마련이다. 법조관계자들은 이런 한계 때문에 둘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의 경우 살인보다 폭행치사로 기소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한다. 두 범죄의 형량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폭행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살인은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16일, 기자는 사건 현장인 유 씨의 집을 찾았다. 유 씨 집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한 쓰레기 봉지에는 찢어진 상태의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가 있었다. 살펴보니 1년 넘게 수도요금이 밀려 있었고 그 금액은 1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유 씨의 집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김포시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압류당했다가 해지된 흔적도 남아 있었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유 씨의 집.
실제로 유 씨 집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도 지난 2014년 김포시의회 의원 선거를 포함해 3번이나 낙선하면서 집안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유 씨 집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그날뿐 아니라 평소 자주 싸우는 것 같았다”며 “시의원 활동과 선거 등으로 돈을 많이 써서 금전적으로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 집도 내놓은 거로 안다”고 얘기했다. 유 씨 집 인근에는 대부분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며 서로 잘 아는 이들이 많았다. 집을 내놓았는지를 인근 부동산에 문의했지만 “그 집 어머니와 친해서 말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을 정도다. 한 이웃주민은 “초등학교, 중학교도 여기서 나오고 형제, 친구들이 다 같은 동네에 산다”며 “평소 큰 문제 없이 지냈는데 시의원 출마와 낙선을 반복하면서 부부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이 된 유 씨 부인이 오랫동안 생계를 꾸려 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이웃주민은 “유 씨 부인이 평소 밭에서 일하거나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살아 왔다”며 “최근에는 보험 판매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웃주민은 “유 씨 모친도 이들 부부와 한 집에 사는데 그날은 집에 없었다”며 “고부갈등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 씨 부인의 사인에 대해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며 “폭행으로 인한 심장 파열과 다수의 갈비뼈 골절 등이 확인됐다”는 1차 구두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김보현 인턴기자 bohyun39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