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업 추진 과정 잡음…SK건설 “건설오니 아닌 굴착토”vs“아전인수격 해석”
김해시생태농업단지 내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 맞은편 들녘에 오니로 추정되는 흙을 투기하는 덤프트럭의 모습.
부전-마산간 복선전철의 전 구간 건설 및 운영을 맡는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 스마트레일(주)는 농협은행(83.30%), SK건설(6.57%), 삼성물산(4.09%) 등을 대주주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건설,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한신공영, 한양 등 많은 건설사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레일이 추진하는 ‘부전~마산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은 부산과 서부 경남권 지역주민 교통편의를 확보하고 남해안 일대 공업단지 연결 및 관광자원 개발과 남해안 철도망을 확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해당 사업은 민간투자사업(BTL방식)으로 궤도 32km, 정거장 5개소, 신호소 2개소 등을 건설한다, 총사업비 1조 4303억 원이 투입되며, 2020년 6월 준공될 예정이다. SK건설이 1·2공구를, 삼성물산이 3·4공구를, 그리고 한화건설이 5공구 맡은 가운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SK건설이 시공하는 2공구 현장이다. SK건설은 지하 15~20m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궤도를 건설하기 위한 굴착공사 과정에서 하천에 퇴적된 건설오니를 처리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절차의 적법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썩은 흙은 건설오니로 분류해 건설폐기물에 준하는 처리과정을 거쳐 매립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SK건설은 하천에서 발생한 오니는 맞지만 준설한 것이 아니며 굴착에 의한 것으로 준설토에 해당되지도 않고, 토양오염도 검사에도 아무 문제가 없는 토사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K건설 측은 농지에 투기한 게 ‘굴착토’라는 입장이다. SK건설 관계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굴착토는 건설오니 범주에 포함되지 않으며 일반토사이기에 건설폐기물 관련 규정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농지에 투기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SK건설은 이를 근거로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 인근 농지 등에 흙을 투기했다. SK건설 측이 해당 흙에 대한 규정을 시공 방법에다 두고 있지만, 이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썩은 흙을 애매모호한 법리해석으로 합법화해 정상적인 토사로 둔갑시킨 후 비용절감을 위해 농지에 투기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오니’는 폐기물의 일종으로 하천이나 해양에 오탁물질이 퇴적된 오염된 흙으로 진흙 상태의 물질을 말하며 슬러지라고도 한다. 건설폐기물 관련 법령에는 준설공사, 굴착공사, 지하구조물공사 등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함수율이 높은 슬러지 상태를 건설폐기물 중 건설오니로 분류한다.
대법원은 ‘오니란 더러운 흙을 의미하는 단어이고 건설오니인지 여부는 굴착토가 분리되는 과정 및 분리되고 난 이후의 굴착토의 색깔, 성상 등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건설폐기물관련 법령에는 ‘자연상태로서 오염된 흙이나 오니 등은 폐기물에 해당되지 않으나, 활용할 수 없어 버려야 하는 경우에는 폐기물로 분류하여 폐기물의 처리방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물속에서 퇴적돼 썩은 흙은 중금속 오염 검사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기 중에 노출되면 여름철 빠른 속도로 썩어 해충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의 토양으로 바뀜에 따라 ‘깔따구’, ‘바다파리’, ‘모기’ 등 해충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찾는 관광객이나 주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것이다.
봉하마을 지역민 A 씨는 “저렇게 썩은 흙을 가지고 농지를 개량하는 단 한 곳도 없다”면서 “양질의 흙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인데 경남도나 김해시청은 왜 단속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레일 3공구 삼성물산이 공사하는 구간의 성토한 흙에서 쓰레기 등이 발견됐다.
해당 사업구간의 문제는 비단 2공구에 그치지 않았다. 3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인근에 위치한 건물을 철거 후 복구하는 과정에서 쓰레기 및 폐기물이 섞인 흙으로 성토했을 뿐 아니라 사면보호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현장이 ‘아전인수’격인 해석과 탈법 등으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관계기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