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활약 마라도나 떠올려…36년 전엔 고지대 적응 위해 마스크 쓰고 훈련”
1983년 청소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박종환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이번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빛나는 성과를 거두기 이전에 1983 멕시코 U-20 월드컵 4강 신화가 있었다.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김종부(경남 FC 감독), 신연호(단국대 감독) 등을 앞세워 4강에 진출했다. 멕시코, 호주, 우루과이 등을 누르고 오른 4강에 진출해 만난 당시 대회 우승국 브라질과도 대등하게 싸우다 석패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의 선전에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는 신화의 주인공 박종환 감독을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K3리그 소속 여주시민축구단 총감독을 맡고 있는 박 감독은 이번 U-20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조별리그부터 준우승까지 모든 여정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팔순이 넘은 노감독이지만 낮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면서도 늦은 대표팀의 경기 시간은 문제가 안됐다.
“우리 막내 손주가 올해 스물여덟이다. 그 아이들(U-20 대표팀)이 열 살 가까이 어린 아이들이고 축구 후배들인데 잘하든 못하든 공차는 것만 봐도 귀엽고 예쁘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결과까지 내니 어떻게 안볼 수 있겠나. 덮어놓고 잘했다고 칭찬해줘야 하는 일이다.”
1983년 당시 열린 선수단 귀국 환영식. 사진=대한축구협회
손주보다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박 감독도 덩달아 바빠졌다. 36년 전의 일이 다시 한 번 회자되며 그를 찾는 연락이 잦아졌다. 그는 “요즘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 통에 머리가 아팠다(웃음). 결승전 때는 우리 선수들이랑 여주시에서 하는 단체 관람에도 나갔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표팀의 활약을 되짚으며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4강전 그 어시스트를 보면 확실히 비상한 선수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활약상을 되짚으며 세계 축구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디에고 마라도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어린 선수에게 과한 말일 수 있다”면서도 “공을 달고 뛰는 것이 꼭 마라도나가 생각난다. 체격이 크지 않은 것도 비슷하고”라고 말했다.
이어 1983년 당시 팀의 주축이던 김종부, 신연호 감독과의 비교를 부탁하자 “시대나 상황이 너무 다르다. 그때는 지금처럼 잔디 구장에서 연습을 할 수도 없었고 지도 방식도 달랐다. 김종부를 당시에 천재라고 했지만 지금 이강인이랑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종부도 지금 태어나면 모르지”라며 웃었다.
또한 ‘꼭 칭찬하고 싶은 선수’로 골키퍼 이광연을 꼽았다. 대표팀이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든든한 골키퍼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3번 달고 뛰는 스토퍼(이재익)도 그렇고 수비들이 잘하는데, 골키퍼가 잘해줘서 그런것”이라면서 “판단력이 아주 빠르고 정확해 보인다. 지금 성인 대표팀에 갖다놔도 손색없는 골키퍼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회를 지켜보며 36년 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는 인터넷이 있나 뭐가 있나. 주변에 잘 아는 사람에게 물으니 우리가 경기를 하는 곳이 멕시코시티보다도 더욱 고지대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수들을 대표팀에 소집할 때 마스크를 2장씩 사오라고 해서 그걸 씌우고 훈련을 했다. 마스크를 쓰고 10분도 못뛰던 선수들이 나중엔 30분 이상 뛰더라. 마스크를 벗고 연습경기에 나서니 펄펄 날았다”며 훈련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80세가 넘은 노감독이 된 그는 이번 성과에 대해 “그저 선수들이 장하고 자랑스럽다”며 연신 웃었다.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격려와 충고의 한 마디를 더했다. 그는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면서도 “이번 성과를 가지고 만족하고 자만해선 안된다. 앞으로 이들을 가르칠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 이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고 더욱 성장해서 한국 축구를 잘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