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복심은 말 그대로 뱃속에 들어있듯이 대통령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그 맘에 들게 행동하는 사람일 것이다. 대통령에게 복심이 필요한 상황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에는 뭔가 껄끄러울 때 그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대통령을 대신해서 욕을 먹는 사람이다.
실제 양 씨는 노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을 때 대통령의 무리한 정책들을 앞장서 수행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적이 많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부기관 기자실 폐쇄정책 집행과정에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북콘서트에서 현 정부에선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되풀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한국을 떠나 해외를 떠돌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굳이 무엇을 한다면 문재인 ‘전(前) 대통령’의 비서가 되겠다고 했다. 어조가 너무 완강하여 어색할 지경이었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그의 말 가운데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었다.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되면 선거 때 자신의 부탁으로 문 대통령을 도운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고 했다. 그가 한국정치의 고질인 엽관(獵官)인사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는 갖고 있는 듯했다.
그가 지난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현실정치에 복귀했다. 내년 총선에 정권의 명운이 걸린 집권당으로선 선거전략에 능하다는 그가 필요해졌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탱해 온 남북관계는 순탄치 않고, 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실정치에 복귀한 1주일 뒤 그의 첫 행보가 언론에 들통 난 서훈 국정원장과의 비밀 만찬회동이었다. 그가 정보기관의 수장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밤 말은 듣는 사람이 없다는 듯이 사적인 얘기만 나눴다고 주장한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처신을 좀 더 신중히 할 법도 한데, 그는 보란 듯이 전국을 돌며 지자체장들을 만나고 있다. 민주연구원과 지자체 간의 업무협약을 맺는다는 게 명분이나, 민주당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나, 선거공약개발을 위한 행차라는 시각도 있다.
집권당 싱크탱크와 집권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자체의 업무협약이 왜 필요한지부터 의아한 일이다. 그것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에 업무협약을 맺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숨겨둔 복심이 없고, 그래서 복심을 대행할 심복이 필요치 않은 대통령이기를 바랐다. 이왕 복심이 등판했다면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사람들이 겪었던 불행한 전철은 안 밟았으면 하는 것이 알면서 속아준 사람의 바람이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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