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이미 빈사상태다. 지난 5월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져 101.4를 기록했다. 1971년 관련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 하락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기업의 설비, 노동력, 조업일수 등을 고려한 적정 생산 가능량을 의미한다. 생산한 제품도 제대로 팔리지 않아 제조업의 재고율은 118.5%로 치솟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당연히 경제의 생명줄인 수출이 감소세다.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5%나 줄었다. 작년 12월 이후 연속 7개월째 하락세다. 지난 5월 기업의 미래 생산능력을 결정하는 설비투자가 전년 동월 대비 11.5% 감소했다. 지난 50년 한국경제를 이끌던 전자,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4%다. 현 추세로 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2.0% 달성도 불안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위기를 자초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경제는 수요와 공급 두 부문으로 나뉜다. 경제는 우선 공급부문에서 산업이 발전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면 수요부문에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 다시 공급부문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한다.
제조업은 산업발전을 이끄는 공급부문의 핵심이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경제는 성장능력을 잃는다. 정부가 주요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은 국가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소득을 늘리는 정책으로 수요부문을 인위적으로 부양해 경제를 살린다는 정책이다.
공급부문이 부실한 경제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부정책의 역주행이 제조업을 무력화하고 경제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낮추고 감세 등을 통해 10조 원 이상 규모의 투자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한마디로 경제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한가한 책임회피 대책이다. 우리 경제는 강대국의 무역보복으로 생존이 불안한 상태다. 당장 경제외교를 강화해 국내 산업보호를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핵심 소재, 부품, 장비 개발을 촉진해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일시적이라도 소득주도성장을 멈추고 혁신성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정부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노동개혁을 추진해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금융과 세제를 친 시장체제로 개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 및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기업이 곳곳에서 일어나 첨단산업 발전을 선도해 무역보복을 이겨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