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도약’ 서울, ‘하위권 추락’ 경남 반전에 눈길…중위권 ‘강원 돌풍’ 흥행 예감
시즌 전부터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던 전북, 울산과 달리 서울의 선전은 ‘반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상승세의 중심에 있는 ‘독수리’ 최용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38라운드로 치러지는 K리그1 대장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 12개 팀은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써낼까.
스포츠의 묘미는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 시즌 K리그1은 시즌 전에 예상한 성적표를 받아든 팀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고 있는 팀도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올 시즌 판도는 3강-6중-3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FC 서울이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원 FC, 대구 FC, 수원 삼성, 상주 상무, 포항 스틸러스, 성남 FC가 중위권을 형성했다. 강등권에서는 제주 유나이티드, 경남 FC, 인천 유나이티드가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예상치 못한 서울의 반전
전북은 2010년대 K리그를 지배해 온 팀이다. 언제나 우승권 경쟁을 펼친다. 지난 2시즌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2018 시즌에는 2위와 20점 이상 승점 차이를 벌렸다. 이번 시즌 또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현재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 득점 1위(41골), 실점 2위(16골)로 고른 공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 또한 꾸준히 상위권 한 자리를 놓치지 않는 팀이다. 최근 2~3년간 전력을 보강하며 전북 못지않은 화려한 스쿼드를 구축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공격적인 투자로 주민규, 김보경, 윤영선 등 국가대표팀에 갖다놔도 어색하지 않을 선수들을 데려왔다. 더 이상 상위권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울산의 목표는 우승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1점차 2위로 언제든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위치다.
전북과 울산의 우승경쟁을 많은 팬과 전문가들이 예측한 부분이라면 서울의 ‘3강 구축’은 반전이었다. 지난해 서울은 유례없는 부진을 겪었다. 팀 창단 이후 최초로 두 자릿수 순위로 밀려났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올 시즌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내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에 급하게 팀 지휘봉을 잡았던 최 감독은 좀처럼 팀을 끌어 올리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준비 과정부터 팀과 함께했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제주-경남-인천의 하위권 싸움
3팀이 경쟁중인 선두권과 마찬가지로 하위권에서도 3팀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주, 경남, 인천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의 부진은 의외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불과 2년 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팀이었다. 지난 겨울에는 아길라르라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도 수혈했다. 하지만 20라운드를 치른 현재까지 단 3승만 올리며 부진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감독을 교체하는 아픔도 겪었다.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다 20라운드 서울전에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경남의 추락은 제주보다도 더 놀라운 사건이다. 경남은 지난해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이 독이 됐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모두 타 팀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했다. 수준급 선수들로 빈자리를 채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많은 경기를 치른 점도 경남을 더욱 어렵게 했다. 축구 팬들은 그간 갑작스런 성공을 거둔 팀들이 대륙·클럽대항전에 진출해 오히려 부작용을 겪는 모습들을 수차례 목격해 왔다. 경남의 경우도 그러한 전철을 밟은 것이다.
인천은 매년 하위권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패턴을 올해도 반복하고 있다. 올 시즌 가장 먼저 감독 교체라는 카드를 빼 든 팀도 인천이다. 유상철 감독이 지난 5월 14일 부임한 이후 끈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최하위에 쳐저 있다.
최근 강원이 구사하는 매력적인 축구에는 김병수 감독의 이름을 따 ‘병수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중위권에서는 시·도민구단의 약진이 돋보인다.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이후 우후죽순처럼 창단된 이들은 매 시즌 하위권을 형성해 왔다. 2012년부터 도입된 승강제에서 강등의 주인공 또한 대부분 시·도민구단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경남 돌풍 이후 시·도민구단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올 시즌 초반 분위기는 대구가 주도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이며 FA컵 우승을 차지한 대구는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때맞춰 개장한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는 달리는 말에 가해진 채찍이었다. 매 경기 매진 사례를 만들어 냈고, 선수들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신바람을 냈다.
시즌이 중반부로 넘어가며 바통을 이어받은 팀은 강원이다.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던 이들은 6월부터 치른 6경기에서 3승 3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 중 포항을 상대로 한 5-4 승리는 백미였다. 0-4로 뒤지다 5골을 넣으며 뒤집은 경기는 해외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자신감을 얻은 강원은 기존의 공격력에 수비력까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특한 색깔을 내는 강원의 축구에는 김병수 감독의 이름을 따 ‘병수볼’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전통적 포메이션이나 포지션 개념과는 다른 축구를 구사한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고루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름들어 대구가 주춤하는 사이 강원은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 갔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K리그가 반환기를 도는 시점에서 포인트로 강원의 상승세를 꼽았다. 그는 “강원은 최근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흥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관중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강원 뿐 아니라 예년에 비해 많은 골이 터지고 있다. 리그가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준재의 “내 의사와 상관 없는 트레이드”라는 발언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큰 논란을 낳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국가를 막론하고 시즌 도중 열리는 이적 시장은 ‘큰 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중국 자본 투입으로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남이 보강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송주훈을 중국에 팔며 올린 수익으로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를 영입했다. 제리치를 내준 강원은 현금과 함께 미드필더 이영재까지 받아오며 이득을 챙겼다.
제리치의 영입전에는 선두권 경쟁을 하는 전북도 참가했다. 전북은 갑작스레 국내 최고 공격수 김신욱을 중국으로 떠나 보냈다. 김신욱의 이적료로 전북이 챙긴 금액은 600만 달러(한화 약 70억 원)로 알려졌다. 제리치 영입 경쟁에서는 패했지만 대체 공격수 영입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하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주와 인천은 선수 트레이드로 논란을 낳았다. 측면 공격수 남준재(인천→제주)와 김호남(제주→인천)을 맞바꾼 거래는 이들의 팀 내 상징성 탓에 팬들의 반발을 샀다. 남준재는 인천 주장을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그가 “나의 선택과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이뤄진 구단 간의 트레이드”라고 폭로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