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과장된 보도 현지 취재 통해 드러나…베트남 현지인 상당수 폭행 사실조차 몰라
사진 설명 : 베트남 메콩강 최대 수상 시장인 카이롱 수상시장
[일요신문=베트남 하노이] 강효근 기자=최근 동영상을 통해 알려진 한국 남편의 베트남 신부 폭행 사건에 대해 국내 방송사는 물론 신문과 인터넷 언론까지 사건 발생 후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혐한 감정이 치솟고 있다고 다투어 보도를 했다.
과연 국내 언론의 보도처럼 베트남에서 한국 아닌 한국인에 대한 혐한 감정이 치솟고 있는 것일까? 일요신문 호남본부는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북부 사파 그리고 남부 호찌민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붕따우 그리고 무이네를 돌면서 그 실상을 취재했고, 베트남인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사진 설명 : 베트남 박닌의 삼정전자 앞
이에 앞서 본지는 지난해부터 베트남 신부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많이 오는 베트남 최남단 까마우와 베트남 메콩델타 최대의 수장시장인 카이롱 수상시장이 있는 껀터와 껀터 인근 석장 그리고 삼정전자 휴대폰을 만드는 공장이 있는 하노이 인근 박닌과 근처 박장을 돌면서 베트남 신부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에 시집을 오고 그들의 한국에서 삶과 그들의 자녀들의 삶 그리고 부부관계의 실태를 취재하고 있었다. 이번 취재 또한 그 연장 선상에서 취재를 기획했다.
베트남은 현재 사회주의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같은 개방정책을 시행하면서 값싼 노동력으로 인해 급속히 세계의 공장들이 베트남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보이는 곳이다. 특히 인구가 2018년 현재 9,650만 명에 이르고 이들 중 70%가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20~30대다. 여기에 베트남의 교육 수준은 인근 동남아 국가 중 최고라 할 수 있어 우수한 노동력 확보가 가능해 세계의 공장들이 집합하고 있다.
이번 취재에 본지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노이에서는 호텔에서 종사하는 29세 남성 Kien과 29세 여성 Anna 그리고 구호단체서 봉사하는 43세 여성 Nguyen 중국 국경과 가까운 북부 사파에서는 초등학교 교장인 47세 Hien, 그리고 영어 선생인 Thyu이 인터뷰에 참여했고, 베트남 남부에서는 호찌민에서 초등학교 컴퓨터를 가르치는 41세 An,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붕따우와 무이네에서는 호텔을 경영하는 남성과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는 31살 택시기사 Tan 그리고 음식업 주인 등 세 사람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사진 설명 : 베트남 수도 하노이 중심가인 호안끼엠 호수 근처 카페서 본지와 베트남 현지인들이 베트남 신부 폭행 사건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 한국인은 정이 많고 다른 외국인에 비해 베트남 사람들을 존중하는 좋은 사람이고, 한국은 정말 가보고 싶은 나라
본지는 지난 10일 오후 3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입성했다. 하노이의 중심가는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는 우리의 종로에 해당하는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신시가지는 강남과 같은 곳으로 경남기업이 건설한 경남빌딩을 있는 곳으로 지명은 송다지만, 베트남 하노이 현지인들에게는 경남빌딩과 롯데빌딩을 말하면 쉽게 찾아가는 곳이다.
본지는 먼저 하노이에서 가장 번화가인 호안끼엠을 찾았다. 여기서 만나 베트남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폭행 사실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호텔과 관광객을 상대하는 일부 사람들만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들 또한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한국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한국을 혐오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첫째,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폭행 사실을 베트남 대부분 사람이 알까? 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몰랐다면 왜 몰랐을까?
본지 질문에 폭행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다. 하노이 호텔에서 근무하는 29세 여성 Anna와 무이네서 택시 기사를 하는 31세 남성만 TV와 SNS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폭행 사실을 몰랐던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지금 베트남은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지금 먹고살기도 바쁜데 나하고 직접 관계가 되는 일도 아닌데 그런 일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베트남은 아직 인권에 큰 관심을 보일 처지가 아니다”며 국내 언론이 베트남에서 엄청난 혐한 감정이 일어난다는 과장된 보도와는 상반된 답변을 했다.
사진 설명 : 한국에서 발생한 폭행 사실을 알고 있던 하노이 호텔에 근무하는 29세 여성 Anna 씨가 본지와 한국 남편의 아내 폭행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둘째, 베트남 아내를 폭행하는 한국 남편을 보고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본지 질문 후 몰랐던 이들도 폭행 동영상을 보게 됐고, 이미 알았던 이들도 동영상을 본 뒤 소감에 대해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이나 한국 사람이 다 싫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남편 중 일부만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베트남 SNS에서 등장하는 혐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특히 본지 질문에 사전에 폭행 사실을 알고 있던 하노이 호텔에 근무하는 29세 여성 Anna와 무이네 31세 택시기사는 “내 친구는 지금 한국 남편과 사는 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고 행복하다”며 “그러나 중국에도 베트남 여성들이 시집을 많이 가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곳에서는 한국보다 더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맞고 있다. 중국에서 남편 10명이 베트남 아내를 때린다면 한국은 한 명 정도로 알고 있다. 왜냐면 한국에서는 아내를 폭행하는 것이 바로 경찰에 붙잡혀 가는 큰 죄지만, 중국과 우리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들은 이어 “중국이나 우리 베트남은 아내가 맞았다고 해서 한국처럼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베트남 정부나 베트남 사람들도 부부싸움에 대해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남편들이 베트남 신부를 더 존중했으면 좋겠다. 아마 한국 남편들은 베트남 남편들보다 부인을 존중하는 것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팁도 많이 주고, 잘 웃어준다. 그리고 다른 외국 사람보다 베트남 사람들인 우리를 정말 존중해 주는 것을 일하면서 느끼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한국은 내가 정말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 베트남 북부 사파서 만나 학교 선생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국내 언론 어떤 기준으로 베트남에서 혐한 감정이 일어났다고 보도 했나?
폭행 동영상이 확산된 후 국영 방송인 KBS를 비롯해서 케이블 TV와 대형 신문사 그리고 인터넷 신문들이 다투어 베트남에서 혐한 감정이 폭발하고 있다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 이유로 꼽은 이유는 베트남 현지 방송과 몇몇 SNS가 전부였다. 실제로 국내 언론 대부분이 베트남 현지 곳곳의 사람들의 의견을 취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언론들은 다른 언론이 쓴 기사를 베끼는 수준을 넘어 거기에 자신들의 상상을 덧붙여서 더 자극적인 기사를 생성했다.
본지가 베트남 현지에서 느낀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 사람들에 대한 감정과 국내 언론의 보도와 괴리가 있는 이유는 국내 언론들이 그동안 정확한 현장 취재가 아닌 인터넷에 떠도는 몇 가지 사례나 일부 해외 매체 방송을 가지고 마치 전체의 의견처럼 포장하고, 덧붙여서 너무 쉽게 기사를 생성하고, 그것이 사실인 양 호도하는 보도를 지속해왔던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부 사파서 본지와 만나 학교 선생들은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가보고 싶은 나라고 이번 폭행사실이 있다고 해도 한국남자의 일부로 생각한다며 본지를 저녁에 초대하면서 친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의 사실에 입각한 보도가 아닌 베껴쓰기 형태 보도나 일부를 전체처럼 자극적인 보도 태도는 오히려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실제로 본지가 느낀 베트남 현지인 대부분은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 데도 대부분 국내 언론은 마치 동영상 보도 후 베트남 인들이 한국을 혐한하고 있고, 이것 또한 현 정부의 책임인 양 보도해서 결국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서서 사과하는 사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창피스럽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한국에 가면 저렇게 하면 한국 정부가 보호해 주냐?”고 우리에게 물어보는데 창피해서 말을 못 했다”는 것이 베트남 현지에 사는 교민들의 반응이다.
사진 설명 : 베트남 호찌민 야경
▲베트남 교민들이 느끼는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는 한심하고, 이중성이다.
베트남에서 만나 교민들은 국내 언론의 성급한 보도 태도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교민들이 해외에서 당하는 폭행과 현지 경찰의 핍박에는 기사 한 줄 안 나가면서 베트남 신부의 폭행을 고국의 전 언론이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호찌민에서 2년 넘게 택배업에 종사하는 한 남성은 “이번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보고 한마디로 쪽팔린다”며 “앞뒤 가리지 않고 한국 남편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것처럼 언론은 연일 보도를 하고 결국 개인의 문제를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는 모습에서 해외에 사는 나는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 있는 베트남 신부의 인권을 국내 언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발 해외에서 사는 해외 교민의 인권도 관심을 가져 달라”며 “교민들이 해외서 살면서 현지인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그곳 경찰에게 핍박을 받아도 기사 한 줄 안 나가면서 베트남 신부 폭행에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국내언론의 이중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