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토너먼트’ 우승으로 4년 9개월 만에 통산 20승…오정아 맹활약 “놀러오듯 왔는데” 여성 첫 4강
신진서(왼쪽)와 천야오예의 4강전. 천야오예는 신진서를 누르고 결승에 오른 뒤 랴오위안허까지 이겨 국수봉 정상에 올랐다.
#세계프로최강전
‘세계프로최강전’은 개인전 토너먼트였다. 신진서·박정환·이동훈·김지석·신민준·변상일. 한국랭킹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나섰다. 더해 이지현이 전기 대회 국내토너먼트 우승자 자격으로, 이창호가 후원사 시드를 받아 한국선수는 총 여덟 명이 출전했다. 일본도 이야마 유타, 야마시타 게이고, 무라카와 다이스케까지 자국 일류기사 세 명이 나섰다.
중국은 천야오예·판팅위·랴오위안허까지 세 명이 서해를 건넜다. 8월 기준으로 판팅위가 중국랭킹 6위, 천야오예가 8위, 랴오위안허가 11위다. 랭킹만 보면 한국과 일본에 비교해 약체 같아도 중국은 랭킹 20위까지 기사는 모두 세계대회 우승후보다. 대만은 왕위안쥔, 쉬하오홍이 나섰지만 16강에서 모두 탈락했다. 야마시타 게이고가 박정환을 꺾고 일본기사로 유일하게 1회전을 통과했지만, 8강에서 천야오예를 만나 패했다. 이창호에 이어 야마시타 게이고를 제압한 천야오예는 4강에서 한국랭킹 1위 신진서를 눌렀고, 결승에서 자국기사 랴오위안허까지 이겨 국수봉 정상에 우승 깃발을 꽂았다.
4강에서 탈락한 신진서는 지난 천부배 결승에서도 2-1로 천야오예에게 패한 역사가 있다. 상대전적도 천야오예에겐 2승 6패로 많이 밀려있다. 이번 대회 4강전 내용도 뼈아픈 역전패라 더욱더 아쉬웠다. 신진서가 82일 동안 쌓은 연승기록도 ‘25’에서 멈췄다. 25연승 기록은 고 임선근, 이창호와 함께 역대 최다 연승 공동 4위다. 한국 연승기록 1위는 김인(40연승), 2위는 이세돌(32연승), 3위는 조훈현(30연승)이다. 1~3위가 공교롭게도 대회가 열린 강진(김인), 신안(이세돌), 영암(조훈현) 출신이다. 세계프로최강전은 각자 30분에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졌다. 우승 상금 5000만 원, 준우승상금 1500만 원.
국내토너먼트에서는 박영훈(왼쪽)이 한승주를 꺾고 우승해 지긋지긋한 우승 아홉수를 끊었다.
#국내토너먼트
‘국내토너먼트’는 지난 6월 말 예선전을 벌여 28명을 선발했다. 박영훈·강동윤·나현 9단·안성준이 본선시드를 받아 32강전으로 열렸다. 와일드카드는 최정이었다. 여자기사 최정은 1라운드에서 송지훈에게 패했지만, 이번에는 오정아가 대활약했다. 오정아는 나현·현유빈·김상천을 꺾고 4강까지 올랐다. 대회명에 ‘여자’나 ‘신예’가 붙지 않은 일반대회에 여자기사로는 최초 4강 진출 기록이다. 지금까진 최정이 작년 1기 용성전에서 8강 진출이 최고기록이었다(예전 제43기 국수전에서 여기사 루이나이웨이가 조훈현을 꺾고 우승했지만, 한국 국적이 아니었다). 오정아는 이번 대회 4강에서 한승주에게 패했다. 오정아는 “이번 대회는 놀러 오는 심정으로 편하게 왔다. 사실 32강 상대가 나현이라 기대를 하진 않았다. 막상 실전에선 자꾸 물러나는 게 보여 강하게 뒀다. 나머지 판에서도 비슷했다. 상대들이 여자기사라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정아를 꺾고 결승에 오른 한승주는 박영훈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국내토너먼트에서는 오정아(오른쪽)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자기사로는 일반대회 최초 4강 진출을 이뤘다. 4강전에서는 한승주(왼쪽)에게 패했다.
박영훈에게 국수산맥배는 스무 번째 타이틀이다. 2014년 11월 제42기 명인전 우승 후 4년 9개월 만이다. 그동안 준우승만 LG배(2015), 제11회 춘란배(2017), 제3회 몽백합배 (2018), 제19기 맥심배 입신최강전(2018)까지 20회 이어졌다. 박영훈은 “열아홉 번째 우승 이후 설마 스무 번째 우승을 못 하겠어 했는데 자꾸 준우승만 하다 보니 아홉수 때문에 앞으로 우승을 못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했다. 이번 우승은 기적처럼 운이 따랐다.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끊어 홀가분하다. 이번 대회 8강에서 마지막까지 져 있던 바둑을 기적처럼 승리한 게 우승 원동력이 되었다. 8강에서 이창석에게 이긴 후에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두었다”고 말했다. 국내 토너먼트 우승상금 2500만 원, 준우승상금 1000만 원.
#국제페어대회
‘국제페어대회’는 한·중·일·대만에서 각 두 명씩 총 네 팀이 출전했다. 한국은 유창혁·허서현, 대만은 왕리청·위리쥔, 중국은 위빈·가오싱, 일본은 야마다 기미오·쓰지하나가 손을 잡았다. 4강 토너먼트 결승은 중국과 대만이 올랐다. 남녀페어대회에서 초시계를 여자기사가 누른다. 중국팀 여자선수 가오싱이 착수 후 초시계를 눌렀지만, 타이밍이 약간 늦었다. 대만팀이 시간승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3∼4위전에선 한국이 일본을 꺾고 3위에 올랐다. 국제페어대회 우승 상금 2000만 원, 준우승 상금 1000만 원. 제6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라남도, 전남교육청, 강진군·영암군·신안군이 공동 후원했다. 한국기원이 주최, 한국기원과 전라남도바둑협회가 공동 주관이다. 대회 총규모는 10억 7000만 원이었다.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 돋보기] 강한 반발이 화를 불렀다 2019 국수산맥배 세계프로최강전 4강(2019.8.4) ●천야오예 9단 ○신진서 9단 213수 흑 불계승 신진서는 쉬하오홍(대만)과 김지석을 꺾고 4강에 올랐다. 천야오예를 상대로 중반까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다 역전패했다. 천야오예도 “실전에선 몰랐는데 국후 AI를 돌려보니 초반이 좋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천야오예는 세계 최연소 9단(17세 5개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계대회 최연소 결승진출(LG배, 16세)자였다. ‘세계에서 수읽기가 가장 빠른 기사’로 유명하다. 수비형 기풍이지만, 깊고 빠른 수읽기를 바탕으로 반격하는 힘이 누구보다 세다. 이 바둑이 그런 내용이었다. 어린 천재로 인정받았던 천야오예도 LG배에서 준우승 후 2013년 춘란배 우승까지 7년이 걸렸다. 천야오예는 “신진서는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지난 천부배에서 둘 때보다 아주 많이 강해졌다. 눈에 들어오는 약점도 없다. 한국랭킹 1위다. 당연히 세계대회에 우승할 실력이다. 하지만 우승은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이룰 수 있다. 결승 당시 컨디션이라 대국 환경 등도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참고도 참고도 ‘승리 수순’ 흑1로 푹 들어온 수가 신진서를 자극했다. 실전은 2~5까지 선수처리하고, A로 붙이고 끊어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AI가 추천하는 승리 수순은 참고도 백6이었다. 이후 12까지 순순히 잡은 돌(흑 세모 표시)에 울타리만 쳐도 그대로 백승이었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수읽기 대결’ 신진서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천야오예에게 반격할 기회가 생겼다. 우변 흑돌 생사를 둘러싼 수읽기 대결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흑대마는 패가 나서 살았다. 패싸움을 하다가 흑은 백2 패감을 받지 않고 A로 넉 점을 따내며 살았다. 이후 B로 돌(백 세모표시)을 잡는 수도 보너스로 남아있다. 신진서는 하변에 백C, 흑D 교환을 보고선 바로 돌을 거뒀다. 박주성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