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이승우 등 다이렉트 퇴장 경험…차범근 분데스리가 11시즌 동안 경고 1회뿐
지난 4일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 두 번째 레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추후 징계를 철회해 없던 일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레드카드 없던 일로 된 손흥민
후반 23분 에버턴의 역습이 전개됐다. 손흥민은 이를 저지하려 상대에게 따라 붙었고 공을 소유한 에버턴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시도했다. 손흥민을 확인하지 못한 고메스는 그대로 경기장에 넘어졌고 심판의 휘슬이 이어졌다. 심판은 곧장 주머니에서 옐로카드를 꺼냈다.
약 1분 뒤 심판 손에 쥐어진 카드 색깔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고메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위험한 반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메스는 오른쪽 발목이 측면으로 상당히 꺾인 모습이었다. 손흥민이 빠져 수적 열세에 놓인 토트넘은 결국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경기 이후 영국축구협회(FA)는 손흥민에게 리그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토트넘의 항소가 받아들여지며 징계를 면했다. 부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단순히 징계를 면했을 뿐만 아니라 레드카드로 인한 퇴장 조치가 없던 일이 됐다. FA의 규제위원회는 ‘손흥민에 대한 판정이 잘못됐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토트넘이 10명으로 싸우며 잃은 승점에 대해서는 보상 조치가 없었다. 사후 징계는 면했지만 손흥민이 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떠났던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상대의 부상 정도를 떠나 손흥민이 경기 도중 퇴장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팬들은 크게 관심을 가졌다. 10년 가까이 유럽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이 6개월 간격으로 퇴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지난 10월 프로 첫 퇴장을 경험한 바 있다. 퇴장 이후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걸어나가는 이강인. 사진=연합뉴스
#데뷔 18경기 만에 퇴장 경험한 이강인
지난 10월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이 퇴장을 당하며 화제를 모았다. 성인 1군 무대 18경기 만에 처음 경험하는 퇴장이었다.
이강인의 반칙 장면도 손흥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을 몰고 가는 상대의 등 뒤에서 태클이 들어갔다. 공은 먼저 빠져나간 이후였고 상대 선수의 다리를 향해 태클이 들어갔다. 이강인은 고개를 떨군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라커룸에서는 팀에 대한 미안함, 상대 선수인 산티아고 아리아스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후반 추가시간 나온 퇴장이었기에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퇴장 이전 1-1 상황이 그대로 마무리되며 발렌시아는 승점 1점을 얻었다.
#박지성-이영표도 피하지 못했던 레드카드
선수라면 피하고 싶은 옐로카드 또는 레드카드지만 이 또한 경기 일부다. 오랜 기간 유럽무대에서 활약했던 박지성과 이영표 등 선배 선수들도 퇴장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던 2005-2006 시즌 퇴장을 경험했다. 노르웨이리그 소속 로젠보리 BK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장한 박지성은 전반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데 이어 후반 45분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유럽무대 첫 퇴장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 시즌 챔피언스리그가 박지성에게 아픈 기억으로만 남은 것은 아니다. 박지성과 PSV가 달성한 챔스 4강 진출이 이 시즌이었고 당시 활약을 발판으로 박지성은 영국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 커리어에서 박지성에게 더 이상의 퇴장은 없었다. 그는 일본 J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며 19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박지성과 같은 시대에 유럽 무대를 누볐던 이영표도 퇴장 경험이 있다. 대부분 유럽 커리어를 보낸 네덜란드(PSV), 잉글랜드(토트넘)에서는 퇴장이 없었지만 단 한 시즌 활약했던 분데스리가(도르트문트)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박지성의 경우와 달리 경고누적이 아닌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이후 중동으로 무대를 옮긴 이영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또 한 번 다이렉트 퇴장을 경험한 바 있다.
#기성용·이청용·지동원은 0회, 구자철·이승우 각 1회 퇴장
이들 외에 유럽무대에서 10년 가까이 활약한 한국인 유럽 리거 중 퇴장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2009년 잉글랜드로 진출해 장기간 유럽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청용은 이따금씩 옐로카드만 받았을 뿐 퇴장 징계는 받지 않았다.
2010년과 2011년 나란히 유럽으로 진출해 현재까지 뛰고 있는 기성용과 지동원도 아직까지 퇴장이 없는 선수들이다. 특히 기성용은 많은 경기에 주축으로 나섰던 시즌에도 리그 경고 기록 최대 4개를 넘지 않으며 카드 관리 능력을 보였다. 중원 싸움을 격렬하게 펼쳐야 하는 미드필더임에도 그의 특별한 기술을 실감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번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카타르로 진출하며 9시즌간의 유럽 커리어를 마무리한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던 2017년 경고누적 퇴장 기록을 남겼다. 쾰른과 리그 경기에서 후반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구자철은 전후반 90분 종료 직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발을 높이 들어올려 경고를 추가로 받으며 퇴장당했다.
유럽에서 성인 1군 무대 3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이승우는 다이렉트 퇴장으로 고개를 떨군 바 있다.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에서 활약하던 2019년 3월 아스콜리와 세리에B 경기에 선발로 나선 이승우는 후반 막판 백태클을 시도하다 상대를 가격했다. 그는 이날 팀의 유일한 골을 돕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퇴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시절의 차범근 전 감독. 그는 분데스리가 커리어 내내 단 1회 경고만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경고 1회…그라운드의 신사 차범근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308경기에서 98골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전설을 썼다. 그는 무수한 골 기록 외에도 독일에서 단 한 장의 옐로카드만 받은 ‘페어플레이어’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본인 또한 경고 1회를 몇 차례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차 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시즌간 308경기에 나서 단 1장의 옐로카드만 받았다. 약 2만 6691분을 소화하며 경고를 1회만 받았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그는 분데스리가 이외 경기에서 옐로카드를 받은 기록이 있다. 차 전 감독의 유럽 커리어 두 번째 시즌인 1979-1980 시즌,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독일축구협회 컵대회(DFB 포칼)와 UEFA컵 경기에서 각각 1장씩 옐로카드를 받은 바 있다.
차 전 감독이 분데스리가 이외의 무대에서 경고를 받은 기록이 남아있다. 사진=worldfootball.com
당시 차 전 감독은 UEFA컵 결승에서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를 만나 2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팀은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지만 차 전 감독이 경고를 받은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둬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최종 승리를 거뒀다. 차 전 감독은 2차전 결승골을 돕는 크로스를 성공시키며 팀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독일 무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는 136경기 58골이라는 기록을 남겨 현재까지 국내 최다출장자에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차 전 감독은 1972년 고려대 1학년 시절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돼 1986 멕시코 월드컵을 끝으로 A대표팀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차 전 감독은 14년이라는 세월, 136경기를 치르면서 퇴장은 물론 경고조차 받은 기록이 없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