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청자 대상으로 한 방송에서 ‘폭력적인 행위’ 계속 지적돼…K팝 팬들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
지난 10일 ‘보니하니’ 라이브 방송에서 불거진 개그맨 최영수의 하니 폭행 논란. 사진=보니하니 라이브 방송 캡처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 ‘보니하니’ 라이브 방송에서 ‘당당맨’을 맡고 있는 개그맨 최영수(35)가 하니 역의 걸그룹 버스터즈 소속 채연(15)을 폭행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불거졌다. 채연이 최영수를 붙잡자 크게 팔을 휘둘러 뿌리친 뒤 잠시 카메라가 가려진 사이 ‘퍽’ 하는 소리가 들리고, 최영수는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채연도 자신의 한 쪽 팔을 붙잡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어 “최영수가 채연을 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간 이 논란을 두고 제작진의 초반 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EBS ‘보니하니’ 제작진은 11일 오후 “보하둥이(보니하니 팬) 여러분!” 이라는 제목으로 “어제 라이브 영상 관련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공지 드립니다. 관련 논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더 이상의 추측과 오해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간단한 입장문을 올렸다.
그러나 실제 폭행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30대 건장한 남성이 10대 소녀에게 위협적인 몸짓을 했으며, 이를 제작진 역시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제작진 측은 다시 입장문을 올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출연자 간에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생방송 현장에서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어제는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는 분명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EBS 측이 올린 공식 사과문. 사진=EBS 홈페이지 캡처
‘보니하니’의 다소 폭력적인 연출은 이전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돼 왔다. 주로 두 개그맨들 사이에서 어린 보니와 하니가 과도한 장난의 피해자가 됐다는 지적이었다. ‘보니하니’의 오랜 팬이라는 한 시청자는 “아이와 함께 종종 보는데 (개그맨들이) 보니나 하니의 등을 세게 때리거나 밀치고,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채는 등의 행위를 보면서 아이가 굉장히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이 프로그램은 주된 시청자가 어린 아이들이다. 단순히 친하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행위를 하며 ‘장난’이었다라고 한다면 어린 시청자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라며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미성년자 출연자를 대상으로 욕설을 한 것도 문제가 됐다. ‘먹니’ 역을 맡은 개그맨 박동근이 채연에게 “리스테린 소독한 X, 독한 X”이라며 맥락 없는 욕설을 한 것이 영상에 그대로 잡힌 것이다.
그의 말은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성매매 업소 은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성매매 업소에서 성병 예방 등을 위해 리스테린으로 신체부위를 소독하는 것을 빗댄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제작진이 “채연이 방송 촬영 전에 늘 리스테린으로 가글을 하기 때문이며 업소 용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라고 해명했으나 분노한 대중들은 “그렇다면 ‘소독’이 아니라 ‘가글’이라고 표현했을 것인데 맥락 없이 저런 말이 왜 나왔겠냐”며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보니하니’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비판글. 사진=‘보니하니’ 공식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피해자로 주목 받은 것은 하니 역의 채연이었지만, 보니 역의 형섭이나 의웅도 이전부터 “개그맨들의 장난이 과하지 않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들은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출연하면서 해외 K팝 팬덤 사이에서도 이름을 알린 바 있어 ‘보니하니’의 외국인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진 것도 이들의 외국 팬 가운데 한 명이 트위터에서 문제의 영상을 지적하면서부터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EBS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문제의 출연자 2명을 출연 정지 시키는 한편, 논란이 된 콘텐츠를 삭제했다. EBS 측은 “이번 사고는 출연자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EBS 프로그램 관리 책임이 크다”라며 “EBS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데 충격과 함께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가해자’로 지목된 출연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최명수의 경우는 “의심을 벗은 눈으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황극”이라며 “정말 사람 무서워서 방송하겠냐 싶다. 요즘 펭수가 떠서 화살이 EBS로 쏠렸나, 조용히 얌전하게 평생 EBS 보니하니에서 잘해온 나 같은 사람한테 세상이 왜 이러나 싶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