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별세 향년 94세…45세부터 25년간 LG그룹 고성장 이끌어
고 구자경 명예회장은 1970년부터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회장을 맡아 LG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1995년 은퇴 이후 2015년까지 LG연암문화재단과 LG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연구활동 지원과 사회공헌에 앞장서 왔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LG그룹 2대 회장을 역임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의 창업주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6남 4녀 중 장남으로 1925년 태어났다.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를 하다 1950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입사하며 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LG그룹의 모태인 화학과 전자(당시 금성사, 현 LG전자)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20년간 일선에서 공장생활을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가문의 장남 승계 원칙에 따라 1970년 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명예회장이 그룹을 이끈 25년 동안 LG그룹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로 고성장을 거듭했다. 회장 취임 당시 260억 원이었던 그룹 매출은 퇴임 당시 30조 원을 기록했다.
구 명예회장은 그룹을 이끌며 특히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으며 해외 진출을 통해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LG그룹이 전자와 화학을 넘어 부품소재, IT(정보기술)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구 명예회장 재임 당시 다진 기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72년 초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지냈고, 18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다. 1995년 70세가 되던 해 장남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퇴임 후에는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힘썼다.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에 재직하면서 연암공업대학과 천안연암대학 등을 지원해 기초산업 분야 전문인력을 육성했다. 또 LG복지재단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고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고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20일 별세했다.
한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구자경 명예회장도 타계하면서 20세기 재계를 이끌던 오너 1세들의 시대가 역사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우중 전 회장 역시 과거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