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재 고등학교 326개교 중 17개교 차별적·혐오적인 교훈 보유
서울시 고등학교의 차별·혐오적 교훈 개선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 가운데가 권수정 서울시의원.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정의당 서울시당 청소년당원모임과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시대착오적인 성차별·혐오적 교훈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전수조사와 개선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스쿨미투를 비롯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진행됐고, 학교 내에서도 스쿨미투와 연관돼 자정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지만 여전히 미약한 부분들이 많다”며 “학교 내에서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교훈들과 성차별적인 요구들이 존재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어 여성, 여성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상혁 정의당 서울시당 청소년당원모임 운영위원장은 “정의당 서울시당 청소년당원모임은 지난 한 달간 서울시 소재 고등학교 326개교의 교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총 17개교가 차별적이며 혐오적인 교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교훈은 특히 여자고등학교에서 더 높은 비율로 등장했다. 전체 여자고등학교의 다섯 곳 중 한 곳에 가까운 숫자가 문제의 교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문제 교훈 중 일부는 여성을 꽃에 비유함으로써 수동적이고 조신한 여성상을 강요했거나 ‘순결’을 강요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이며 구시대적인 발상을 담고 있었다”며 “또 이들 문제 교훈 가운데 상당수는 아름다움과 외모를 상징하는 문구를 담고 있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에게만 아름다울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교훈을 통해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외양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고등학교의 차별·혐오적 교훈 개선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 오른쪽이 이상혁 정의당 서울시당 청소년당원모임 운영위원장.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아울러 “이러한 차별적이며 혐오적인 교훈을 방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퍼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소재의 각급 학교의 관리를 맡은 기관으로써 차별적 교훈을 시정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위의 조사에서 언급된 학교에 해당 교훈의 시정을 조속히 요구하기 바란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고등학교 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차별·혐오적인 교훈에 대한 시정조치 또한 내릴 것을 요구하다. 고등학교에서 상당한 숫자의 차별·혐오적 교훈이 발견됐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교육청의 자세일 것이다”라고 서울시교육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서울시당 청소년당원모임은 앞으로도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연대하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서울시 고등학교의 차별·혐오적 교훈 개선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 왼쪽이 김찬우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서울시의회)
김찬우 부위원장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당 예비당협의체 허들 강원지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강원 도내 절반 이상의 여학교 교훈이 성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2019년, 학교에 현실이 한탄스럽기만 하다.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교육 당국은 스쿨미투 이후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물을 수밖에 없다”며 “교훈은 학교장의 의지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교훈을 바꾸지 않는 것은 교육 당국의 의지 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교는 교훈뿐만 아니라, 교가와 생활 규칙에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여학생에게 바지 교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입을 수 있는 스타킹 색을 한정, 염색·파마를 허용하지 않는 등 다양한 학생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권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 교육 당국이 시대착오적인 교훈을 시정하는 등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데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며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는 차별·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는 교실, 학생의 목소리가 배제당하지 않는 학교, 다양성이 존중받는 학교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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