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시험용 잡초재배 목적 맞아?… 명목상 농지 매입 후 매각 의혹 / 법인이 어떻게 농지를? B보험사, A사와 농지 3필지 공동 소유 논란
▲ 한국농업 대표기업으로 일컫는 A사가 여주시 산북면 송현리 일대 농지를 7년 동안 방치하다 최근 매각처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농지에 세워져 있는 녹슨 입간판과 주변의 잡풀들이 농지취득 목적 데로 사용해 왔는지를 의심하게 하고 있다.
[일요신문=여주] 이백상 기자 = ‘한국농업 대표기업’을 표방하는 A사와 국내 굴지의 B보험사가 농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A사는 농지 수만여㎡를 장기간 휴경지로 방치해왔다. B보험사는 법인이 소유할 수 없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는 일부 농지를 주차장 부지와 도로로 불법 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농지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A사는 해당 농지를 매각처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관청인 여주시는 농지를 취득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휴경지로 방치한 A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B보험사에 대해서도 어떻게 법인이 농지를 소유하게 됐는지 여부를 조사해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관련법에 따라 행정조치 한다는 방침이다.
7년 동안 방치하다 매각 처분… 농지 취득 목적 ‘의구심’
A사의 농지는 B보험사 연수원이 위치한 여주시 산북면 송현리 116의 2번지 일원에 분포돼 있다. A사는 B보험사의 연수원이 들어설 당시(1990년 중후반)부터 119의 3번지 등 20필지 안팎 농지 2만여㎡(A사 측 주장)를 집중 사들였다. 농지의 경우 일반 법인은 취득이 불가능하지만 A사와 같이 농업관련 법인이면 취득이 가능하다.
A사는 이곳 농지에 지난 2012년도까지 방제효과 시험을 위한 냉이와 꽃다지, 개망초, 뚝새풀 등 잡초를 심었다고 한다. 2012년도 이전까지는 농지 취득 목적에 맞게 사용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사는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7년 동안 농지를 휴경지로 방치해온 것이 여주시 조사결과 밝혀졌다. 행정처분 대상이다.
지자체는 농지이용 실태조사를 수시로 하고 있지만 여주시의 경우 A사가 7년 동안 휴경지로 방치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농지 이용실태 조사에 나서 이 같은 위법사항을 발견했다.
이런 가운데 A사가 소유한 농지 절반가량이 산속이나 B보험사 연수원 부지와 맞닿아 있는 법면(경사지)에 위치해 있어 농지 매입 이후 휴경지로 방치하기 이전부터 실제 농지로 사용해 왔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상 농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당시 A사와 B보험사가 모 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농지는 한농관련 A사가, 연수원은 B보험사가 소유하고 있다. 당시 B보험사가 연수원을 조성하면서 법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없자 농지소유가 가능한 A사가 명목상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C사는 연수원과 인접한 송현리 산 39의2, 39의 3번지 등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
A사는 농지 휴경지 방치에 대해 “당사의 농약(제초제) 연구센터가 논산시 연무읍에서 운영 중인 관계로 여주소재 시험포는 접근성 및 지속적인 관리가 용이하지 않아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 한국농업 대표기업으로 일컫는 A사가 여주시 산북면 송현리 일대 농지를 7년 동안 방치하다 최근 매각처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잡풀이 무성한 채 방치돼 있는 A사 소유의 농지 모습.
실제로 A사는 지난 2월 D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4월 잔금처리와 함께 소유권 이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금액은 확인되지 않지만 장기간 휴경지로 방치한 농지매각에 대해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동산 투기 대상에 불과한 농지소유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B보험사는 일반 법인의 경우 농지를 소유할 수 없음에도 송현리 109의 6번지 등 농지 3필지를 A사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주시는 “B보험사가 1996년 10월 산북면 송현리 108의 1번 외 9필지에 대한 체육시설 부지조성(농지전용 허가) 과정 이후 분할 필지에 대한 소유권 지분정리 과정에서 착오로 농지 소유권 지분을 보유하게 됨을 주장해 왔다”며 “정확한 사항을 파악해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A사가 소유한 116의 5번지 등 다수 필지의 농지가 주차장과 도로로 불법 전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보험사 연수원 일부 건물도 도로부지에 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당국의 정확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A사가 여주시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항공지적 도면 상 농지가 연수원 부지 내 도로로 전용된 것으로 보여 지나 국토정보 담당자 의견에 따르면 해당지역의 지적도는 1900년대 초 동경기준으로 그려진 지역으로 지적도면과 실제 현황이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향후 해당지역의 측량 대상지역이라는 의견을 냈다.
항공사진촬영 도면에는 A사의 농지가 B보험사의 주차장과 도로로 불법 전용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지적도면과 실제 현황이 차이가 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량을 해봐야 불법 전용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A사는 지난 2015년 B보험사와 철강관련 C사가 속한 모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1년 만에 또 다른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넘어갔다. 면적이 크지는 않지만 두 그룹 계열사가 공동 소유한 농지 가운데 B보험사의 지분이 법인이 취득 불가능한 농지로 드러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
여주시 관계자는 “시 전역에 대한 농지 이용실태를 일일이 점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A사와 B보험사의 농지 이용실태가 적법하게 이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드러난 만큼 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청문절차를 밟는 등 관련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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