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역 5분 거리 구도심 옛 ‘영정통’…관광명소 부상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썸머축제
[일요신문=익산] 신성용 기자 = 일제강점기 ‘작은 명동’이라고 불렸던 번화가가 도심 상권 붕괴로 몰락의 길을 걷다 문화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변신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익산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익산시 중앙동 구도심이 바로 그 곳으로 일제강점기 가장 번화했던 거리라는 의미의 ‘영정통’으로 불렸던 곳이다.
이곳은 광복 이후에도 익산의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거리였다. 1960년대 초에는 이곳을 두고 ‘낮에는 10만, 밤에는 6만’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권이 번창했으며 70~80년대에는 ‘작은 명동’이라고 불릴 만큼 익산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도심 상권이 쇄락해 명성을 서서히 잃었다. 한 때 영화를 누렸던 양복점과 미용실, 의상실, 금은방 등은 일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거리를 지키고 있지만 슬럼가나 다름없이 몰락했다.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이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이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사업을 시작한 것. 2014년 문화예술인 창작공간 및 문화예술육성업종에 대해 임대지원사업을 추진해 문화예술인들을 끌어 모았다.
이를 통해 익산역 앞 중앙로 310m 구간이 소규모 공연장과 아트카페, 화실, 갤러리, 화랑, 필방, 국악전수원, 표구점, 수공예점 등으로 하나 둘 씩 채워지면서 문화예술의 거리의 토대가 구축됐다. 이듬해에는 음식의 거리를 조성하기 위한 청년창업자와 기존 음식점에 대한 지원사업도 진행됐다.
오랜 시간 묵묵히 거리를 지켜온 터줏대감들과 새로이 거리에 둥지를 튼 젊은 예술가들이 과거와 현재, 또 미래를 사이에 두고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다시 한 번 옛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17년 9월 익산 아트센터가 문을 열고 2018년 구 삼산의원이 문화예술의 거리에 이전 복원되면서 문화예술의 거리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2018년부터는 거리활성화를 위한 기획프로그램과 주민 참여형 토요상설문화공연이 진행됐다.
작년에 외부 방문객들의 체험형 관광상품 개발과 볼거리 상시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올해는 이를 활용해 관광객 증가를 위한 거점 특화프로그램을 개발해 상설 운영한다. 최근에 트릭아트 포토존 ‘고백스타’와 익산다움이 느껴지는 ‘솜리당’이란 빵집이 문을 열면서 연인과 가족, 친구들의 인생샷, 먹방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익산아트센터 트릭아트
익산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익산아트센터 ‘고백스타’는 사랑을 ‘고백’하고 인생샷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익산은 백제 무왕 서동과 신라 공주 선화, 석공 명장 아사달과 아사녀, 황진이와 소세양, 표옹 송영구와 주지번 등 남녀는 물론 사제지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가득한 곳으로 ‘고백스타(Go 100 Star)’는 사랑의 시작, 고백, 사랑의 완성되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트릭아트 포토존 공간이다.
‘고백스타’는 큐피드 화살로 맺어지는 운명적 ‘사랑의 시작’부터 설레임, 선물의 방, 프로포즈 방, 사랑의 감옥, 고해성사, 기묘한 데이트, 몽환의 숲, 만남 기념일 인증, 힐링 공간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출구에 있는 ‘사랑의 등기소 민원실’에서 사랑의 증표인 커플, 우정, 부부등록증 등을 장당 5,000원에 발급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이며 무료이다.
솜리당
‘솜리당’은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재)익산문화관광재단과 (주)로이F&B가 협약을 맺고 지난 7일 문을 열었다. 전국에 13명 밖에 없는 대한민국 노동부가 인정한 제과제빵 명장 제11호 박준서 명장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명품 빵을 맛 볼 수 있다.
‘솜리당’은 익산의 옛 지명 상호부터 황등의 특산물 고구마를 재료로 만든 빵까지 익산다움이 느껴지는 빵집이다. 날씬이 고구마빵, 고구마식빵, 고구마 머핀 등 고구마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빵을 선보인다. 여기에 사과빵과 단팥빵, 크림빵, 인절미빵, 먹물빵, 마카롱, 스콘 등에 커피, 음료 등을 착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근대역사관
‘익산 근대역사관’은 해방 후 은행으로 사용됐던 1922년 삼산 김병수가 건립한 삼산의원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이전 복원한 건물로 익산의 근대문화유산과 근대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익산 지명의 비밀과 4.4만세운동, 이리역폭발사고와 가수 하춘화를 구한 무명 개그맨 이주일 이야기, 나훈아의 ‘코스모스 피고 지는 정든 고향역~~’이 어디인지?, 1985년 중공 군용기 익산 불시착 사건 등을 볼 수 있다.
1층은 ‘이리·익산의 근대, 호남의 관문을 열다’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상설전시장이 있으며 2층은 이리·익산의 근대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등 잊혀져가는 익산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이용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거리 곳곳에 이색 포토존이 있다. 익산아트센터 바로 앞에 아찔한 절벽이 있는 ‘채석장’과 교복을 입고 데이트하는 고교생, 영화 속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선도부, 꽃 들고 고백하러 가는 청년과 기다리는 소녀상 등.
먹방의 재미를 선사하는 맛집도 즐비하다.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백반이 맛있는 ‘맛집식당’과 ‘백여사식당’, 자연을 닮은 카페 ‘함해국’, 10가지 맛 수제 마카롱과 수제 음료가 맛있는 카페 ‘탐탐 앤 옹이’, 그림이 있는 카페 ‘갤러리 모던 앤 모던’, 라면이 맛있는 동네 청년 술집 ‘난장한판’ 등이 있다.
옛 ‘익옥수리조합’은 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의 촬영장소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쌀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해방 이후 전북농지개량조합의 청사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익산 역사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왕도미래유산센터 사무실이 들어섰다.
2005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르네상스의 팔라죠 건축 양식으로 정면 중앙의 출입구와 위쪽 창호 부분은 테두리에 꽃잎무늬 형상의 인조석으로 치장해 붉은 벽돌과 대비를 이루고 있고 맨사드 지붕 등 독특한 당시의 건축기법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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