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산업이 대주주로 입성한 한컴이 과감하게 사업 다 각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매각한 논현동의 한 컴 사옥. | ||
한컴은 특히 뚜렷한 대주주가 없던 상태에서 노조가 새로운 대주주 후보를 물색해 들어오고 또다른 대주주가 주식매집을 통해 등장하는 등 대주주의 경영권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테크노마트를 운영하는 프라임산업이 대주주가 됐고 프라임산업쪽에서 선임한 새로운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
한컴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주주가 바뀐 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컴과 같은 시기에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나모의 전 오너였던 박흥호 고누소프트 사장을 영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사장은 나모의 경영권 분쟁 이후 대주주 지분을 세중의 천신일 회장에게 넘기고 나모에서 손을 떼고 게임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8월12일 한컴은 고누소프트와 인수의향서를 맺었다고 공시했다. 박흥호 사장이 오너인 고누소프트(옛 아바트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박 사장도 영입한다는 것.
박 사장은 과거 한컴에서 개발진의 일원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또 한컴은 주인이 바뀐 뒤인 지난 6월 논현동 사옥을 프라임상호저축은행에 1백80억원에 매각했다. 이 건물은 지난 2001년 한컴이 대현그룹으로부터 1백18억원에 사들인 건물.
이 같은 조치는 고정 자산을 줄이고 현금 유동성을 높인 것이다. 결국 그 돈으로 박흥호 사장 영입과 박 사장 회사를 사들이는 셈이다. 아직 얼마에 사들일지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벤처업계 일각에선 한컴이 다시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갸우뚱해 하는 분위기다.
한컴은 전임 김근 사장 시절 다시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소프트웨어개발업체로서의 기본역량을 강화하겠다며 네띠앙 등 본업과 무관한 계열사를 매각하고 한컴 새버전과 오피스웨어 개발 등에 공을 들였다. 오는 10월 초 발표되는 ‘한컴오피스2004’가 바로 그런 결실물인 것.
때문에 사주가 바뀌자마자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것. 특히 한컴의 경우 뚜렷한 대주주가 없던 지난 봄 마치 수건돌리기 게임처럼 대주주들이 단기간에 자주 바뀐 탓에 증시 일각에는 ‘이상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 한글과컴퓨터 백종진 사장(왼쪽)과 한컴에 영입된 박흥호 고누 소프트 사장. | ||
또 박 사장 역시 “한컴의 CTO로서 한글 및 오피스 사업에 최대한 주력함과 동시에 고누소프트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오너인 고누소프트는 그가 나모 시절 개인적으로 설립했던 게임개발업체. 나모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었을 때 고누소프트에 대해 일부 나모 직원들이 “개인 회사에 회삿돈으로 지원을 했다”고 문제를 삼았던 바로 그 회사다.
고누는 아직 정식으로 게임서비스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곧 시험판 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시장의 평가를 받지 않은 단계. 박 사장은 나모 퇴직 이후 고누에 9억원의 증자를 실시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현재 고누소프트에 들어가 있는 웹메일솔루션의 경우 박 사장이 30억원대에 인수제의를 받았던 회사다. 때문에 한컴이 고누를 100% 인수할 경우 최소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0억원대 이상의 돈이 한컴에서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박 사장이 “한컴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나모USA의 이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나모쪽에선 박 사장이 이사직 유지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 2001년 5월 미국 법인 설립 이래 계속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컴쪽에서는 주식교환 등의 방법으로 고누소프트를 인수하기 때문에 실제로 들어가는 돈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박 사장 영입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과거 한컴 개발진의 일원이었고, 한컴이 오는 10월 새로운 오피스웨어 제품을 발매하기 때문에 그의 한컴 합류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오너가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업무 다각화와 공격적인 외부 투자를 시작하는 게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한컴의 모기업인 프라임산업의 경우 서울 신도림에 건설예정인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분양금을 일부 모은 상태에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등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어 한컴의 사업 다각화와 관련,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