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체격 좋고 스피드·근성 겸비…‘로드반’ 3위→2위→연승 기록 ‘소울메리트’ 직전 경주서 걸음 터져
‘로드반’은 연승을 거두며 신예강자로 급부상 했고 ‘소울메리트’는 직전 경주에서 전력이 뚜렷하게 향상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로드반(3세·수·4전2/1/1·임종근·서범석 부:MALIBU MOON 모:MELANCHOLY 레이팅:61)
로드반은 ‘디터미네이션’과 함께 서범석 마방의 미래를 이끌어갈 쌍두마차로 평가된다. 실전을 거듭할수록 계속해서 걸음이 늘고 있고, 선행과 선입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강점도 지녀 중장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데뷔전에서는 인기 순위 2위였지만 결과는 3위에 그치며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주행 심사에서 1분 03초의 좋은 기록과 여유 있는 끝걸음을 발휘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경주 거리가 1300m였던 점이 패인이었다. 대부분의 경주마는 데뷔전을 1000m로 치르는데, 서범석 조교사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듯 1300m에 출전시켰다. 선행에 나선 ‘바다치프’ 바로 뒤에서 선입 전개를 펼치다가 직선주로에서 끈기 있게 질주했으나, 막판 결승선 통과 시에 ‘그레이트리’와 ‘패션피플’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끝걸음(LF:13.1)은 분명 살아있었다. 또한 우승마 ‘그레이트리’와의 차이도 불과 1마신이었다. 결과를 떠나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드러낸 데뷔전이었다.
두 번째 경주에선 1200m에 출전해 2위를 기록했다. 쾌조의 스타트를 하며 단독 선행에 나섰고, 기록도 1분 12초 8로 매우 빨랐지만, 운이 없게도 ‘마크스토리’를 만나 우승에 실패했다. 3세마 집중탐구 첫 번째 마필로 소개했던 마크스토리(2군)는 현재 3세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최강자다(관련기사 [외산 3세마 집중탐구 ①] 저평가 우량주 ‘글로벌에이스’ 주목). 단독 선행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마크스토리를 넘지 못하고 2마신 차로 패배한 것. 마크스토리가 그 다음 경주에서 2위마를 무려 11마신이나 따돌렸다는 점에서 로드반이 선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경주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첫 승을 달성했다. 직전 경주 모습이 워낙 강렬했기에 단승식 1.5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았고, 결과 역시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이번에도 빠른 스피드를 발휘하며 쉽게 선행에 나섰다. 3~4코너에서는 소울메리트가 바로 옆에 붙으며 경합을 펼쳤지만, 직선주로에서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따돌리며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네 번째 경주는 1400m 3군 승군전이었는데, 한 단계 성장한 경주력을 발휘하며 우승, 처음으로 연승을 했다. 12번 게이트(끝번)의 불리함을 안은 데다 안쪽에 막강한 선행마 ‘레전드스톰(단승 2.0)’이 버티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선행은 역시 레전드스톰이 나섰다. 로드반도 출발은 빨랐지만 무리하게 선행경합에 나서지 않고 차분하게 2선에서 자리 잡으며 의도적인 선입 작전을 펼쳤다. 세 번째로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결승선에서 앞서가던 레전드스톰을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상당히 큰 체구에도 뛰어난 스피드를 타고났다는 점, 직전 경주를 통해 선입으로의 질주 습성 변경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좋은 활약을 기대해본다.
부마 말리부 문(Malibu Moon)은 2003년에 씨수말로 데뷔, 2010년 미국 리딩사이어 3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보냈고 이제는 은퇴를 앞두고 있긴 하나, 작년에도 17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소울메리트(3세·수·4전1/0/1·박남성·안병기 부:AMERICAN PHAROAH 모:PLACENTIA 레이팅:50)
소울메리트는 직전 네 번째 경주에서 완벽한 전력향상을 하며 첫 승을 기록한 마필로, 훌륭한 체격과 좋은 혈통을 타고난 것으로 분석돼 안병기 마방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데뷔전에서는 아무런 특징을 보이지 못한 채 7위에 그쳤다. 지난번에 소개한 ‘스피돔’이 우승한 경주였는데, 출발부터 막판 끝걸음까지 어느 것 하나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12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완패했다. 한마디로 완성도에서 너무 부족한 망아지였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한 단계 늘어난 걸음으로 3위에 진입했다. 이번에도 출발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중반에 스피드를 발휘하며 빠르게 2선에 가세했다. 결승선에서도 이전보다 늘어난 뒷심을 발휘하며 2위마 ‘금자유’에게 불과 1.5마신 차로 3위를 기록했다. 데뷔전과 비교해볼 때 중반과 종반 발걸음이 변화한 것으로 평가 됐다.
세 번째 경주에서는 앞서 소개한 ‘로드반’과의 대결이었는데, 아쉽게 4위를 했다. 순위는 한 계단 내려갔지만, 경주 내용은 상당히 좋았다. 이번에도 출발은 좋지 못했다. 가장 늦게 게이트에서 나와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는데, 약 200m 부근에서 갑자기 무빙을 하며 선두 그룹에 가세했다. 3코너부터는 아예 선행 나선 로드반 바로 옆에 붙어 선행경합을 펼쳤다. 결승선에서는 결국 역부족을 드러내며 밀려났지만, 2위와의 차이는 4마신밖에 나지 않았다. 만약 무리한 경합을 피하고, 페이스를 안배하며 좀 더 편안하게 말몰이를 했다면 2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정도로 레이스 운영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이다.
네 번째 경주에서 드디어 첫 승을 기록했다. 앞서 밝힌 대로 완벽한 전력향상이었다. 소위 ‘걸음이 터졌다’는 표현을 하는데, 경주가 끝난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스타트부터 골인할 때까지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매번 출발이 불안했는데, 이번에는 깔끔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출전마 12두 중 네 번째로 빠르게 출발한 후, 약 300m 지점에서 선두에 나서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직선주로에 들어와서도 탄력적인 걸음을 이어가며 상대마를 압도했다. 결승선 150m부터는 우승을 확신한 듯 김동수 기수가 추진을 멈추고 일어서서 제어하는 여유까지 보일 정도였다.
소울메리트의 부마 아메리칸파로아(American Pharoah)는 현역에서 8전 7승을 했으며, 7승이 모두 블랙타입에서 거둔 것이었다. 상금도 무려 453만 달러를 벌었다. 2016년부터 씨수말로 전향해 소울메리트가 거의 첫 번째 자마로 볼 수 있다. 형제마가 없어 단정할 수 없지만 기대치는 상당히 높다.
소울메리트의 마주는 박남성이다. 개인마주제 전환 이후 현재까지 178승을 기록하며 다승 부문 전체 2위에 올라있고, 승률은 14.2%로 4위를 기록 중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단한(?) 마주다. 조교사에 비유한다면 박대흥, 김영관이랄까?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마필을 구매하는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경매에서 최강팀을 2억 1600만 원에 구입했고, 이전에 레이먼드를 1억 300만 원에 구입했었다. 소울메리트도 미국 1세마 경매에서 13만 5000달러에 낙찰될 정도로 비싼 마필인데, 박남성 마주가 직접 구매했을 정도로 애착을 느끼고 있다.
좋은 체격과 혈통을 지녔고, 직전 경주에서 환골탈태해,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