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1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계 초청 오찬에 함께한 재벌총수들.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 노무현 대통령, 구 본무 회장, 정몽구 회장. |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묘수는 ‘천재 경영론’이다. 이 회장이 말하는 ‘천재론’의 골자는 한 국가든 기업이든 그곳에 몸담고 있는 인재의 수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재를 찾고, 키우느냐가 그룹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그의 이런 생각을 강조한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삼성 신경영 선언 10주년기념’ 사장단 회의에서도 “첨단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천재급 이공계 두뇌가 앞에서 끌어줘야 한다”며 천재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런 신념은 실제 현장경영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사장 등 회사 고위 임원들에게 “부하 직원을 시키지 말고 사장이 직접 천재 후보를 뽑아오라”고 다그쳐 일부 임원들은 ‘천재 노이로제’에 걸려 있을 정도라는 것.특히 이 회장은 ‘천재론’을 누차 언급한데 이어, 최근에는 ‘모자라는 부분은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신념 아래 역사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출장길에서도 역사 관련 책을 손에서 떼지 않을 정도로 역사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과 최대 라이벌인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관심은 자나깨나 오로지 ‘실천’. LG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가 끝나고 난 뒤 만찬자리에서 무려 1분 동안 ‘실천’이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사용했다는 것.
이 고위 관계자가 전하는 구 회장의 말. “이틀 동안 많은 논의를 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천’이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이제는 말이 아닌, ‘강력한 실천’으로 명실상부한 ‘일등LG’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구 회장은 또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 CEO들의 ‘실천’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혀 사장들을 바짝 긴장시켰다고 한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1등 LG’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단계로서 ‘실천’을 해야한다는 게 구 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벌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손길승 SK그룹 회장의 신경은 오로지 ‘그룹 정상화’ 에 쏠려 있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손 회장은 SK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잠자다가도 ‘조기 정상화’라는 말을 할 정도로 온통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손 회장은 지난 2월 시작된 SK글로벌 사태 이후 매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주최하고 있으며 대국민 사과, SK 직원들에게 당부의 글을 띄우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게 SK그룹 관계자들의 전언.
특히 손 회장은 SK글로벌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SK 50년을 위한 로드맵’을 세워나가고 있다. 손 회장의 ‘로드맵’은 경영정상화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돼 SK글로벌의 부채탕감이 이뤄질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는 워크아웃 모범 사례가 돼 우량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 손길승 회장 | ||
실제로 그는 지난 2001년 초부터 3월까지 지구 한 바퀴 이상의 거리(4만5천5백87km)를 직접 발로 뛸 정도로 현장 경영에 집착을 보였다. 정 회장의 현장경영은 매주말 이사급 임원들을 순번제로 정해 영업현장을 탐방토록 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원로급 오너 경영인’에 속하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민간외교’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조 회장이 지난달 22일부터 열린 ‘제36차 태평양경제협의회’에 매일 꼬박꼬박 참석한 대목에서도 읽을 수 있다. 조 회장은 그룹회장 이외에도 ‘민간 경제 외교관’으로서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효성그룹 관계자의 말. 이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소에도 기업경영과 더불어 국제관계 전문가에 관심이 많았다”며 “특히 최근 국내경기 위축을 보고 재계 원로로서 책임의식을 느껴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 외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현재 태평양경제협의회 국제회장직 외에도 한미재계회의 한국위원장, 한일경제협의회 부회장, 한중경제협회 부회장 등의 중책을 맡아 민간 경제외교에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관심은 ‘인재육성’이다. 특히 김준기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그동안의 인재관을 반성하는 한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대졸 신입사원 ‘10개년 채용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은 인력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즉흥적으로 사람을 채용해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고 회고한 후 “10년을 계획해 산에 나무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인재 발굴에 매진해야한다. 특히 외부에서 수혈된 인재보다는 내부에서 양성한 유능한 인재에 더욱 큰 비중을 두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 김 회장은 지난 3월 상반기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힘주어 역설했다는 것.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인재존중’은 각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업계 최고대우의 실현, 인사관리 합리화, 전문인력의 양성 등을 그 실천방안으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 회장은 매년 고교생, 대학 재학생 중에 우수인력을 엄선해 장학금 지급, 유학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우수인력 조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