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광주] 이백상 기자 = “세상에 44평짜리 마을회관 하나 짓는데 8억 원이라니요?” 일선 공무원이나 이장들은 ‘이게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젓지만 실제 상황이다. 광주시의 이른바 ‘묻지마식 예산집행’이 논란에 휩싸였다. 44평 규모의 마을회관을 짓는데 8억원의 혈세를 집행한 탓이다. 더 놀라운 것은 A마을의 실 거주민이 총 14세대 31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타 지자체나 다른 마을의 경우 보통 마을회관을 짓는데 2~3억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8억 원이 투입된 A마을은 극히 이례적인 예산집행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8억 원의 예산집행에 대해 “사업비가 부풀려 진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조차 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 예산은 경기도특별조정교부금으로 조달됐다. 대게 마을회관 신축 비용은 일선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마을회관 설계비 평당 109만원 ‘이게 말이 돼?’
일부 관급자재 뺀 건축공사비 평당 1,300만원
광주시는 지난해 1월 곤지암읍에 A리 마을회관 신축사업비 8억 원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약 한 달 전에 경기도로부터 교부받은 특조금이다. 곤지암읍은 주민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A리 57의 11번지 일원 847㎡(256평) 부지에 8억 원짜리 마을회관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았다.
마을회관은 지상 2층 연면적 146.25㎡(약 44평) 규모로 1층은 경로당 92.25㎡(약 28평), 2층은 마을회관과 회의실 54㎡(약 16평)로 설계됐다. 8억 원의 예산은 건축설계비와 건축공사비, 토목공사비로 모두 편성됐다. 이에 대한 계약현황을 보면 다소 과한 예산집행 의혹이 제기된다.
곤지암읍은 지난해 4월 22일 관내 B건축사사무소와 A마을회관 신축에 따른 실시설계용역 수의계약을 맺었다. 2층짜리 마을회관 44평 설계에 4천800여만원, 평당 109만원에 이르는 무지막지한 금액이다. 다른 지역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설계비를 보면 평당 10~20만원이 대체적이다.
이와 관련 곤지암읍 한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에 의해 실시설계비를 산정했고, 감사팀의 계약심사 등을 거쳐 발주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기준에 의한 설계비 산정은 건축공사비와 비례한다고 했다.
설계비 책정 기준이 된 건축공사비도 가관이다. 44평짜리 A마을회관 신축공사비는 총 5억7천여만원, C건설회사와의 입찰을 통한 최초 계약은 4억8천700여만원이었지만 두 차례 변경을 통해 8천여만원이 증액되면서 이 금액이 됐다.
관급자재구매로 건축분야 2천499만원, 토목분야 5천597만원, 전기분야 2천572만원, 정보통신분야 1천722만원이 제외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평당 건축비가 약 1천3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사업비 8억원 중 이외 금액은 부지 및 도로포장과 옹벽, 배수로 공사로 편성됐다.
8억원짜리 마을회관이 직접 도로에 닿지 않아 법인과 종중명의 토지를 거쳐 진입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곤지암읍은 해당 토지주들로부터 도로 사용승락서를 받아 허가를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8억짜리 마을회관’ 44평 마을회관 하나 짓는데 혈세 8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현재 건축 중인 곤지암읍 A리 마을회관 전경.
광주시는 뭘 했나?
광주시의 무성의한 행정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는 경기도로부터 교부받은 A리 마을회관 신축사업비 8억 원을 지난해 1월 사업 타당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곤지암읍으로 재배정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평당 109만원짜리 설계비와 초호화 주택 건립비용 보다 많은 건축비가 책정됐음에도 누구하나 제재를 하지 않은 탓이다.
마을회관은 경기도의 특조금이 아닌 지자체의 예산으로 건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도내 각 지자체들은 마을회관 건립 시 3억~3억5천 미만으로 지원한다는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조례에서 정하는 예산보다 금액이 더 들어가면 마을 자체기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광주시는 아직 마을회관 지원에 관한 조례조차도 없다.
실 거주민이 총 14세대 31명에 불과한 마을에 8억원짜리 ‘신이내린 마을회관’이 건립된 배경은 정치인들의 역할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종성 국회의원은 2018년 12월 A마을회관 신축공사비 8억원 등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58억400만원을 확보했다고 당시 언론을 통해 밝혔다.
박덕동‧이명동 도의원이 함께 뛰어줬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가능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힘 있는 정치인들이 따온 예산이기 때문에 광주시가 “마을회관 하나 짓는데 왜 이렇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느냐”는 물음표 하나 없이 해당지역으로 고스란히 예산을 배정한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을회관은 인구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일선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다른 마을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집행은 자칫 ‘민민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행정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런 차원에서 경기도특별조정교부금이 조달된 ‘신이내린 마을회관’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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