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박상돈·무소속 전옥균 “나 아니다”…민주당 한태선은 ‘침묵’만
천안시장 더불어민주당 한태선 후보. 사진=한태선 후보 페이스북
이번 4·15 총선에서 시장 보궐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천안시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시장 유력 후보로 알려진 인물이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질 판이라는 이유에서다. 무리한 전략 공천 강행으로 선거를 치렀다가 보궐선거를 맞이하게 된 천안에, 이번에는 ‘보궐의 보궐’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구본영 전 천안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공석이 된 자리를 놓고 세 명의 후보가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한태선 후보, 미래통합당 박상돈 후보, 무소속 전옥균 후보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가운데, 문제의 후보가 한태선 후보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선거를 이틀 앞둔 13일까지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최근 충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천안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A 씨를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월 천안 동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전현직 천안시 공무원 등 9명이 참석한 점심 모임에서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식비를 내주고 지지를 부탁한 천안시 현직 공무원 1명도 함께 고발당한 뒤 최근 직위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A 씨가 한태선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이야기다. 지난 9일 미래통합당 박상돈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충남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천안시장 후보자를 고발한 것은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수를 치고 나선 바 있다. 그러면서 “무소속 전옥균 후보 역시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3명의 후보 가운데 2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가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있는 만큼 화살표는 남은 한 명을 가리킬 수밖에 없는 상황. 이후 지난 12일에는 미래통합당이 성명을 내고 직접 한태선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천안시장 미래통합당 박상돈 후보. 사진=박상돈 후보 페이스북
통합당 측은 “천안시장 보궐선거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민주당 구본영 전 시장이 유죄를 받고 중도 파면을 당해 생긴 선거이며 19억에 가까운 시민 혈세가 쓰이는 선거인만큼 그 어떤 선거보다도 공명정대하게 치러졌어야 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에도 천안시민들을 기만하고 농락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비리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구본영 전 시장을 무죄를 확신한다는 궤변과 함께 전략공천한 것으로는 부족한 것인지 이번에는 음주운전 3회 부끄러운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후보를 공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상가상 정말 한태선 후보가 입신에 혈안이 된 그릇된 공무원과 유착하여 사전선거운동까지 했다면 천안을 대표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측도 즉각 성명을 내 박 후보의 전력을 언급하며 반박에 나섰지만, 이번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해명이나 주장은 없었다. 민주당은 “천안시장 B 후보와 미래통합당 충남도당이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연일 네거티브에 나서고 있다”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한 행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네거티브 전략이 정책선거를 원하는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구본영 전 시장을 전략 공천했다가, 대법원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천안시장을 무주공산으로 만든 바 있기 때문.
당시 구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구속영장까지 발부됐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전략 공천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보궐선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우려가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묵살한 채 혐의가 확실한 후보를 전략 공천함으로써 결국 보궐선거를 치르게 했다는 점에서 지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또 다시 민주당 후보가 지목된 가운데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천안시민은 “이틀 남은 기간 동안 언급하지 않으면 일반 유권자들은 이 사건을 잘 모를 테니, 일단 뽑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이미 천안시는 잘못된 공천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는데 해명이나 책임지는 자세조차 보지 못하고 또 선거에 이용돼야 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한태선 후보 측에 이번 선관위 고발 건과 관련한 질의차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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