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28석 중 27석 차지―남원 무소속 이용호 유일한 비민주당, 거물 박지원 낙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선거를 앞둔 핵심 당직자들
[일요신문=광주] 강효근 기자=제21대 총선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를 등에 업은 호남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깃발 정치 부활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호남권 28개(광주 8·전남 10·전북 10) 선거구서 총 27석을 차지하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호남권에서 압승했다. 유일하게 남원에서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49.5%를 획득 46.4%에 그친 민주당 이강래 후보를 이겨 호남에서 민주당 전승을 막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었던 곳은 거물 정치인 박지원 의원이 있는 목포선거구다. 목포는 민생당 박지원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현역 두 사람이 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한 곳으로 민주당에서는 정치신인 김원이 전 서울정무부시장이 이들을 상대로 출마했다.
그러나 선거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원이 후보가 선두를 달리며 박지원 후보와 윤소하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면서 당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선거 3일을 남겨두고 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순천 소병철 후보 사이 있었던 전남 동남권 의대 유치 정책연구 실천 협약식이 악재로 등장하면서 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목포를 비롯해서 전남 서남권은 지난 30년간 목포대학 의대 유치에 공을 들였다. 이러한 것에 비춰볼 때 양정철 원장과 순천 소병철 후보의 전남동남권 의대 유치 정책연구 실천 협약식은 목포대학 의대 유치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박지원 후보와 윤소하 후보는 이런 상황을 막판 뒤집기 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해 선거 이틀 전인 지난 13일 목포시청에서 9시 30분과 10시에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김원이 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목포의대 포기라면 김원이 후보 사퇴를 종용하면서 김원이 후보를 공격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 의대 유치는 표심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결국 김원이 후보가 48.8%를 획득 37.3%를 얻은 박지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러한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국정 수행에서 보여줬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가 호남권 역시 통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반해 호남과 대립각을 세워온 영남권 역시 64개(대구 11·울산 6·경북 13·부산 18·경남 16) 선거구에서 55개를 미래통합당(이하 미통당)이 차지해 역시 깃발 정치 회기 우려를 보여줬다.
그러나 영남권은 미통당으로 분류되는 거물정치인으로 통하는 홍준표 후보가 대구 수성구을에서 김태호 후보가 경남 산청함양거창에서 무소속으로 출발 각각 미통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것에 반해 울산과 부산, 경남서 민주당이 7석을 차지하는 등 호남에 비해 완전 싹쓸이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이것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영남 사람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결국 지역에서 후보자의 능력과 인격을 보고 선거를 한 것이 아닌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에 따라 민주당이야 미통당이냐? 하는 깃발을 보고 선거한 것임을 알 수 있어 다시 3김 시대 깃발 정치 우려를 낳는 것이다.
3김 시대 정치의 가장 큰 폐단은 바로 지역민에 대한 충성이 아닌 당권을 쥔 사람에 대한 충성이 국회의원 배지를 얻는 잣대였다. 이런 풍토는 결국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 후보자만 되면 빗자루도 당선된다는 인식으로 결국 후보자가 되기 위해 돈을 주고라도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되려는 폐단을 낳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악습인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정치풍토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정치풍토의 부활은 호남과 영남 두 지역민 모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국익을 위해서는 좋은 모습은 아니다. 깃발 정치의 가장 큰 폐단이 바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국회로 보내 준 지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이런 정치 구조에서는 선거기간 유권자의 머슴을 자처했던 사람들이 당선 후 바로 돌변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그들은 선거 후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자신을 국회로 보내줬던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낮은 자세보다는 각종 지역행사나 단체모임에서 항상 상석과 앞자리를 차지하며 대접을 받으려고 하고, 심지어는 정시에 개최되어야 할 행사가 국회의원이 도착 시간에 맞춰 늦게 개최되면서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지역민이 기다리는 등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쥔 당의 높은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면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자치의원들 역시 자신들의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먹이사슬을 만들어 선거권을 가진 지역민은 선거기간만 있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지역민 위에 군림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번 4·15 총선은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이 163석, 미통당이 84석, 무소속 5석, 정의당 1석을 차지해 국민의당과 민생당 등 소수정당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여대 야소의 정국이 되었다.
ilyo66@ilyo.co.kr